아파트 11월 대란설…입주물량 작년의 16%

  • 입력 2002년 9월 2일 19시 05분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드는 올해 연말 서울 집값이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염려가 일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드는 올해 연말 서울 집값이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염려가 일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아파트값이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11월 이후 집값이 다시 급등할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월 대란설’의 근거는 아파트 입주량 부족. 11월 서울에 새로 완공되는 아파트는 고작 1670가구로 작년 11월(1만167가구)의 16%이다. 12월에는 이보다 적은 912가구가 완공된다. 통상 집값은 분양 물량보다는 입주량에 따라 오르내린다. 특히 연말 연초는 겨울방학 이사철까지 겹쳐 집값이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월별 입주량과 집값〓건설산업전략연구소가 2001년 6월 이후 서울 집값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입주량이 적은 달 앞뒤로는 어김없이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작년 9월 이후 3개월 간 월간 입주량이 3000가구를 넘었을 때 매달 서울 집값 상승률은 1% 안팎. 당시 전문가들은 연말 이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과 달리 12월 매매가 상승률은 2.67%로 껑충 뛰었다. 이어 2002년 1월에는 5.14%, 2월 4.05%, 3월 4.11%로 고공행진이 계속됐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투기수요 때문이라는 게 당시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입주량 부족’이라는 것이 최근의 분석이다.

실제 집값이 뛰기 시작한 2001년 12월 아파트 입주량은 1만167가구에 달했지만 그 다음 달인 2002년 1월에는 122가구로 대폭 줄었다. 2월에도 580가구, 3월엔 852가구로 공급 부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올 7월 집값이 오른 것도 마찬가지. 입주량이 전 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80가구로 줄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7월 이후 집값이 재상승한 이유는 투기수요가 가세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입주량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11월 대란’ 오나〓문제는 올 연말이다. 3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집값이 계속 뛰고 있는 상태에서 입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데다 이사철까지 겹친다.

김 소장은 “올 초에도 확인했듯 월별 입주량이 1000가구 밑으로 떨어지면 집값은 한 달에 4% 이상 상승한다”며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새로 완공되는 아파트가 8월의 60%에 그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도 “11월부터는 겨울방학 이사철이 시작돼 입주량이 늘어도 집값은 상승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겨울 입주량이 부족한 까닭은 아파트 착공 시기 때문. 건설사들은 통상 아파트 공사를 3, 4월이나 8, 9월에 시작한다. 겨울과 여름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파트 공기(工期)는 약 26개월. 따라서 입주 시기는 봄 가을에 집중된다. 이사철인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에는 정작 입주물량이 부족한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와 관련, 당초 하반기에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9월 이후 연말까지 2.8% 안팎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연구원은 집값이 안정되는 시기를 내년 이후로 늦춰 잡았다.

▽성급한 투자 삼가야〓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한다고 해서 성급한 투자를 감행하는 건 무리라는 게 중론(衆論).

부동산 격주간지 ‘부동산뱅크’의 김용진 편집장은 “서울에서도 강남지역 아파트값은 대세상승기에는 비(非)강남지역보다 상승 속도가 빠르지만 하락기에는 더욱 가파르게 가격이 떨어진다”고 조언했다.

실제 부동산뱅크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시장을 분석한 결과 88년 10월 평당 매매가는 318만원이었지만 91년 5월에는 857만원으로 170% 상승했다. 하지만 93년 12월 강남 아파트값은 평당 640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강남 아파트값 하락폭(25%)은 비강남지역(23%)보다 컸다.

LG경제연구소 김성식 연구위원은 “서울 집값이 더 오른 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나 통화량 축소,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가 본격화하면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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