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투자자에게]이용경 KT사장 “중간배당제 도입계획”

  • 입력 2002년 9월 3일 17시 46분


KT가 맥빠진 증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29일 1%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한 뒤 굼뜨기로 이름난 이 회사 주가는 3거래일 만에 10.8%나 올랐다. 다른 통신주들도 덩달아 오르면서 거래소 통신업종지수는 8.2% 상승해 7월 2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 상장법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소각’의 용단을 내린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 다음날 만난 이용경 사장의 설명대로 ‘주주들에게 민영 KT의 경영방침을 알리는 첫 선물’일 뿐인가. 혹시 ‘SK텔레콤측에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자사 주식을 동시 자사주 매입을 통해 맞교환하자는 신호를 보낸 것’(골드만삭스의 매튜 제이미슨 애널리스트)은 아닐까.

아무튼 이 사장은 지분 스와프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뤄질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낙관한다. “SK텔레콤이 투자자들의 의혹과 반발을 무시하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KT에 2조원 이상을 끝까지 묶어놓을 수는 없을 것”이란다.

-민영화 이후 KT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지나.

“수익가치 중심으로 경영한다. 사업 중심을 시내전화에서 유무선 복합서비스로 옮긴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게 고민거리다. 미국과 유럽의 경쟁업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무분별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에서 광대역 부분에 대한 투자 요청이 많은데, 해외투자도 최대한 신중히 한다는 방침이다.”

-주주나 고객들에 대한 태도는 어떤가.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중간배당제를 이르면 내년 정기주총 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금 여건상 올해 중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잉여현금은 자사주 매입, 배당금 증액, 부채 상환 순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도 실질적인 원스톱서비스 체제로 개선할 것이다.”

이 사장은 직원들의 말버릇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가입자’가 아니라 ‘고객’으로, ‘민원’이 아니라 ‘고객 불만족’으로….

-KTF와 KT아이컴의 합병에 대한 생각은….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 허가도 받아야 하고 주주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늦어도 W-CDMA가 상용화되는 내년말까지는 합병이 이뤄질 것이다.”

-정부측 인사(정보통신정책 심의위원)가 사외이사로 영입된 부분에 대해 말이 있는데….

“KT는 힘센 대주주 없이 민영화된 국내 최초의 모델이다. 최근 신용평가회사 S&P로부터 지배구조 면에서 국내기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7월초에는 증권거래소가 주는 지배구조 모범기업상도 받았다. KT는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국민기업이다. 공익을 대표하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활약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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