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張大煥) 전 국무총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난달 27일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처럼 푸념했다.
88년 5공 청문회 이후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청문회의 위원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PR 기회’란 점에서 의원들이 앞다투어 지망하는 인기자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소한 요즘 민주당 내에서는 ‘흘러간 옛날 얘기’일 뿐이다.
지난달 말 실시된 장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서도 민주당 위원들의 곤혹스러운 입장은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측 위원들은 장 지명자와 연루된 갖가지 의혹에 대해 추궁하기는커녕, 소명 기회를 주고 감싸느라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장 지명자의 고교 후배인 이종걸(李鍾杰) 위원은 장 지명자를 “장대환 선생님”이라고 불러 빈축을 샀고, 한 위원은 보충 질의 시간을 절반이나 남겨둔 채 “못다한 해명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말씀하시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위원 개개인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이런 행태에는 총리 임명동의안을 어떻게든 통과시켜야 한다는 ‘당론’이 영향을 준 게 사실이었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조차 “인준안을 통과시켜 주더라도 청문회 때만은 따끔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아예 청문회 특위위원 자리를 맡지 않으려고 서로 발뺌하는 진풍경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한나라당으로부터 일방적인 공격을 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공적자금 청문회의 특위위원 인선 때도 민주당 의원들은 서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피하는 바람에 당 지도부가 인선에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당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의원들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당리당략을 떠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국가적 현안까지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행태는 ‘정치(正治)’와는 너무 거리가 먼 것 같다.
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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