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 VS 호킹… 세계최고 두 석학 감정싸움

  • 입력 2002년 9월 4일 00시 57분


우주론과 입자물리학의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60)과 피터 힉스(60)가 서로 가시가 돋친 비난을 주고받아 화제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3일 에든버러대학의 힉스 교수가 공개석상에서 호킹 박사를 비난함으로써 촉발된 두 사람간의 싸움이 이론물리학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힉스 교수는 물질이 질량을 가지려면 ‘스칼라 보존’이라는 입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이론을 제시한 이론물리학계의 석학이며 호킹 박사는 근육질환으로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도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는 우주론의 대가이다. ‘스칼라 보존’은 힉스 박사의 이름을 따서 ‘힉스 입자’로 불리고 있는데 이 입자를 찾는 것이 물리학계 최대의 숙제다.

이들의 싸움은 힉스 교수가 2일 에든버러축제에서 상대성원리와 양자역학 연구로 노벨상(1933년)을 받은 영국 물리학자 폴 디렉에 관한 연극 공연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호킹박사를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호킹박사를 토론에 참여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발표만 하고 떠나버린다. 그는 명성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받기 힘든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과학자는 “디렉씨는 호킹박사보다 물리학에 훨씬 크게 기여했지만 대중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고 다른 우주론 학자도 “호킹박사를 비난하는 것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비난하는 것과 같아서 내놓고 얘기를 못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호킹 박사는 “힉스교수의 말에 깊은 감정이 있는 것 같아 놀랐다. 개인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과학적 문제를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인디펜던트는 호킹 박사가 동료와 내기를 하면서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대형 전자-양전자 입자가속기(LEP) 실험을 하더라도 힉스 입자 확인에 실패할 것이라는 쪽에 돈을 건 것이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끝난 LEP 실험에서 힉스 입자를 찾지 못해 결국 호킹 박사가 이긴 것이 됐지만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CERN이 5년 후 다시 힉스 입자 확인실험을 하기 위해 LEP보다 훨씬 강력한 초대형 강입자충돌기(LHC)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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