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16…백일 잔치 (1)

  • 입력 2002년 9월 4일 18시 05분


“어머니, 왜 길가에 서서 떡 나눠주고 그라는데? 아깝다 아이가”

“그렇게 해서 명(命)을 사는 거다. 오늘은 우근이 백일 잔칫날 아이가. 백설기를 백 명한테 나눠주면 백살까지 오래 오래 살 수 있단다”

“흐음, 그라믄 그건? 부선 아줌마가 우근이 목에 실타래 걸어 준 건?”

“그것도 오래 살라고 그라는 거지”

“와 실인데?”

“니 그렇게 시끄럽게 자꾸 물을래?”

“와? 나는 어머니한테 묻고 있는데. 오빠하고는 관계없다 아이가”

“관계 있지. 귀에 들리니까”

“어머니, 내일은 우근이 업고 인서네 집에 놀러가도 되나?”

“소원아, 우근이가 어디 인형이가. 마당 한 바퀴 정도 도는 건 괜찮지만, 목이 아직 똑바로 안 섰으니까 그리 오래 업고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엄청시리 무겁다”

“하나도 안 무겁던데. 나, 어제도 업어봤는데”

“인서네 집까지 업고 가면 분명히 후회할 거다. 태어났을 때보다 두 배는 늘었으니까”

“어머니, 우근이 자 참말로 웃긴다. 오늘 손가락 빨려고 하다가, 손가락이 입에 안 들어 가니까 콧구멍에다 쑤셔넣더라! 그리고 저가 막 웃더라!”

“요즘 들어서, 소리내서 잘 웃재. 울 때도 커다란 눈물 방울 뚝뚝 흘린다”

“요즘은 우는 척도 잘 안하더라”

“우근이가 어디 너가”

“오빠, 내가 언제 우는 척 했다고 그라나?”

“앙-앙 앙-앙, 오빠가 심술 부린다”

“어머니 어머니, 우근이가 아아 우우, 그라던데 그거 말하는 기가?”

“그래, 아가가 아아 하고 우우 하고 말할 때, 눈을 보면서 말 걸어 주면 좋아한다”

“우근이도 목욕탕에 데리고 가면 좋겠다”

“아침에 대야에서 씻었으니까 괜찮다”

“우근이는 남탕이가?”

“아직은 여탕이재. 다섯 살이 되면 오빠하고 둘이서 남탕에 들어갈 수 있다”

“우근이 안 울까? 오늘, 할매 얼굴 보고 막 울었다 아이가”

“오랜만에 보니까 그렇재”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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