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D와 공정공시제도의 취지와 내용은 명료하다. ‘상장 및 등록법인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기업정보를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동시에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정보 유통경로를 ‘기업→애널리스트→투자자’에서 ‘기업→애널리스트 및 투자자’로 줄여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내용은 간단해도 도입을 둘러싼 찬반논란은 요란하다.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00년 10월 도입한 RFD도 도입과 시행과정에서 숱한 논란을 일으키면서 시행 1년여만에 존폐 여부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결론은 ‘일부 부작용과 시행착오가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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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여, 스스로 애널리스트가 되라’〓미국 증시에서 2000년은 악몽의 시기였다. 99년 말 5,000선을 넘나들던 나스닥지수는 3,000선으로 곤두박질친 뒤 3,000∼3,500선을 엉금엉금 기었다.
주가급락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이었다. 철석같이 믿던 기술주들이 반토막 나자 ‘무조건 고(go)’를 외치던 애널리스트들이 하나둘 심판대에 올랐다. 기술주 붐으로 벼락스타가 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담당하는 회사와 짜고 목표가격을 높여 불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개미들이 ‘우리 편’이라고 믿었던 애널리스트들이 사실은 중요한 정보는 기관투자가에 먼저 주는 식으로 개미들을 우롱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불신이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자 SEC는 애널리스트들이 두 가지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는 개인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기관투자가에 고급정보를 귀띔해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소속 증권사의 요구.
결론은 절충이었다. ‘공개되는 리포트에 해당 정보를 특정고객에게 먼저 제공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조건으로 차별적인 정보제공을 합법화해주는 대신 모든 이해당사자가 기업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 이렇게 해서 RFD가 탄생했다.
RFD는 ‘애널리스트의 정보전달 기능 마비’라는 문제를 그들의 기능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고육책이었다.
▽무엇이 달라졌나〓RFD가 시행되자 기업이 공시, 인터넷홈페이지, 전화회의 생중계 등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개미들이 투자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긍정적인 변화였다(www.sec.gov/maps/byecast.htm 참조).
반면 애널리스트와 기업 투자홍보(IR) 담당자들의 불만도 컸다. 애널리스트들은 “IR 담당자들이 RFD를 지키기 위해 얘기를 안 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IR 담당자들은 “RFD가 적용되는 ‘중요한 정보’의 기준이 모호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조사한 결과 기업이 애널리스트에게 주는 정보 제공량이나 애널리스트가 기업실적과 주가를 맞히는 확률은 차이가 없거나 더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RFD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이 시시각각 투자정보를 중개하지 못하면 주가가 더 변덕스럽게 움직일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에 그쳤다.
SEC는 2001년 말 공개대토론회를 열어 1년여간의 RFD 시행성과를 점검했다. RFD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결론은 ‘RFD가 의미 있는 변화를 낳고 있으며 내용을 정교화해 부작용을 없애는 것이 남은 과제’라는 것.
이후 미국 증권가에서는 ‘애널리스트 실력은 기업 내부정보를 잘 빼내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공개된 데이터를 토대로 누가 기업실적을 더 잘 맞히고 주가를 잘 예측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상식으로 굳어졌다.
미국의 공정 정보공개 규정(Regulation FD) | |
조 문 | 내용 해설 |
“주식발행자나 그 대리인이” | 경영진, PR 및 IR 부서 담당자 또는 이들의 지시를 따르는 다른 부서의 직원들 |
“특정인이나 특정인들에게” | 변호사 회계사 등 사업상 관계인들, 신용평가사, 전국을 커버하는 언론 등은 제외 |
“중요한 비공개 정보를 알리거나 누설했을 때는” | ‘중요한 정보’=기업실적,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자산 매각 및 매입, 신제품 개발, 경영진 변화, 회계의견 변화, 자사주 매입 액면분할 등 주식 관련 정보 등 |
“의도적으로 공개했을 때는 동시에, 의도하지 않았을 경우 즉각 다른 불특정 다수에게도 공개해야 한다” | ‘즉각’=누설자 또는 공개자의 상급자가 이 사실을 안 뒤 24시간 이내에 최대한 빨리 |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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