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멋집][요리]산내음 속으로…게장에 매생이국 ‘일품’

  • 입력 2002년 9월 5일 16시 21분


서울 지하철3호선 구파발역은 참 오묘한 지점이다. 느낄 수 있는 사람들에겐 ‘비밀의 문’ 같은 곳이다. 이곳을 지나 경기 고양시 쪽으로 1㎞만 들어가면 귀뚜라미 매미 소리에 파묻힌 짙푸른 녹음(錄音)이 우리를 반긴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서 본 색색깔의 자연이 오버랩되며, 사방에 떠도는 녹색 산소와 갈색 흙냄새에 취해 새삼 자연의 가치를 실감한다.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산내음 속으로’(031-969-7250)는 ‘마음의 안식처’가 연상되는 한식집이다. 구파발역에서 일산 방면으로 6㎞ 떨어져 있다.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야산과 나무들 사이에 있는 2000평의 대지에 식당, 전통찻집, 카페, 야외 바비큐장이 설치돼 있다. 20여개의 장독대가 마당 한편을 차지하고 있고, 새소리 풀벌레소리가 서라운드 음향으로 들린다. 폼이 좋은 ‘남근석’ 밑에는 클로버들이 수북이 자란<다. 식당에서는 통유리로 바깥의 정취를 감상한다. 온돌마루, 갈색 괘종시계, 족자 등이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이곳의 전공요리는 간장게장(3만8000∼4만원)이다. 게는 충남 서산에서 물 좋은 때 한꺼번에 잡아 놓았다가 급속냉동시켜 놓는다고 한다. 갈라 놓은 게의 배 사이로 주황색 갈색 청록색이 조화를 이룬 퉁퉁한 게살과 알들이 비어져 나온다. 계란노른자와 게 껍데기에서 발라낸 끈적끈적한 속살, 김가루가 어우러진 ‘게알비빔밥’(1만2000원)도 독특하다. 매생이국(1만원)은 어떤 메뉴와도 곁들여 먹기에 좋다.

다른 해물도 수준급의 솜씨로 요리해 준다. 꽃게 아귀 낙지를 이용한 찜 탕 범벅 수육 무침 볶음(3만5000∼6만원선)과 옥돔 홍어를 이용한 찜 회 무침(3만∼4만원)이 있다. 낙지 새우 아귀 등을 넣어 만든 해물모둠찜(6만원)은 3, 4명이 조금씩 나눠 먹기에 적당하다. 진한 고춧가루가 뿌려진 가운데 호박 양파가 향을 더하는 갈치조림(3만원)은 가스스토브에 국물을 졸여가며 먹기 때문에 양념의 진한 맛이 더 느껴진다. 김치 깍두기 등은 이 식당에서 직접 담근 것이며 파전 계란찜 감자샐러드 등의 밑반찬 10여가지가 함께 나온다. 15명 이상 단체손님이 오면 전통차를 먹는 별채에 따로 방을 내주기도 한다. 20명 이상 단체고객이 사전 예약하면 숯불바비큐도 해 준다. 서울에서 가려면 구파발을 지나 문산 방향으로 가면 되고, 행주대교가 가까운 곳이라면 원당역을 지나 의정부 쪽으로 직진하다가 문산방면으로 좌회전해 들어가는 코스가 편하다. 주차공간이 넉넉하다.

고양〓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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