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원봉사가 있어 아름다운 사회

  • 입력 2002년 9월 5일 18시 35분


태풍 루사가 남긴 크고 깊은 상처 앞에서 넋을 잃었던 수재민들이 오뚝이처럼 일어서고 있다. 부서진 집에서 끄집어낸 세간을 씻어 말리고 진흙을 걷어낸 논밭에서 쓰러진 농작물을 일으켜 세우며 마을과 마을을 잇기 위해 힘을 합쳐 임시다리를 놓느라 수재민들은 땀을 흘리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내린 하늘을 원망하면서도 그들은 다시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도로가 끊기고 통신이 두절돼 ‘육지의 섬’이 됐던 피해지역의 처참한 상황이 하나하나 드러나며 계속 피해규모가 늘고 있지만 자연재해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일어서는 수재민에게 뜨거운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수재민 곁에 자랑스러운 ‘이웃들’의 모습이 보인다. 수재민을 도와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의 모습이다. 생업을 접어두고 멀리 수해지역을 찾아가 복구활동을 돕는 자원봉사자는 재난 속에 희망의 싹을 돋게 하는 사람들이다. 강릉과 김천 등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는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해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일주일치 음식과 옷가지를 배낭에 짊어지고 김천시 자원봉사센터에 찾아와 “수업은 나중에 보충할 수 있지만 수해복구는 당장 시급하다”며 “가장 피해가 큰 오지로 보내달라”고 했다는 한 대학생의 넉넉한 마음가짐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고등학생들까지 자원봉사에 나섰다니 TV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어른들이 부끄럽다.

구호품을 메고 휘어진 철로를 건너는 적십자요원들의 어깨가 그렇게 든든하게 보일 수 없다. 자신들도 수재민이면서 남을 먼저 생각하는 공익정신으로 복구작업에 나선 공무원 군인 경찰 모두 고난에 빠진 이웃을 위해 체온을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이들에게도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수재민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따뜻한 사랑이다. 수해를 입지 않은 여타 국민이 가진 것을 나누는 베풂의 마음을 실천할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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