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자금 국정조사도 졸속인가

  • 입력 2002년 9월 5일 18시 35분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시작된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처음부터 졸속으로 흐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정조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어 공적자금과 관련된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기를 기대하는 국민에게는 적잖이 실망스러운 일이다. 만약 이번 국정조사에서 꼭 밝혀야 할 핵심사항을 벗어나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있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이 남게 될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은 156조원의 공적자금 운영과 관련된 부실 불법 비리 의혹을 밝히는 일이다. 이중 회수할 수 없는 69조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빼돌린 공자금은 없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선 공적자금 투입기관은 물론 감사원 회계법인과 부실기업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이들 대부분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니 과연 조사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난해 공적자금 특감을 실시했고 방대한 조사자료를 갖고 있는 감사원을 조사대상에서 빼고 자료제출기관으로만 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국정조사는 조사기간을 정하는 데서부터 성의가 부족했다. 이달 3일부터 시작된 국정조사 일정이 국정감사와 겹치기 때문에 국정조사 특위위원들은 약 20일 동안 국감과 국정조사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추석 연휴와 부산아시아경기대회까지 끼어있으니 실질적으로 국정조사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는다.

국정조사특위는 시간에 쫓겨 공적자금 비리조사를 얼렁뚱땅 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최소한 25년 이상 갚아야할 짐을 결정하는 일인데 대충 진행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원천적인 부실조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공적자금과 이자에 대한 상환이 시작된다. 정부의 공적자금상환대책과 관련법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될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하다면 조사기간을 늘려서라도 국정조사를 빈틈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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