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지…, 우웅….’
쉴 새 없이 귓가나 머릿 속을 울리는 귀울림(이명·耳鳴)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내 이비인후과 전문의에 따르면 귀울림은 국민의 90% 이상이 한 번 이상 경험한다. 인구의 17% 정도는 이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고 5%는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이다. 1%는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귀울림 때문에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심지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언론사에도 귀울림을 잘 치료하는 의사가 누구인지 묻는 문의전화가 수시로 걸려 온다.
이렇게 환자가 많아도 ‘귀울림은 주로 소음 때문에 생기며 귀가 완전히 멀게 되는 난청을 경고하는 사이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참 드물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정한 ‘귀의 날’(매년 9월 9일)을 맞아 귀울림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소개한다.
▽난청의 신호〓귀울림은 주로 귀에서 음파(音波)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달팽이관은 소음 때문에 가장 많이 상하며 따라서 귀울림은 대부분 소음성 난청으로 귀가 상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조용한 곳에서 귀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부터 큰 소음을 피하고 생활요법에 충실하면 난청이 악화돼 보청기를 끼거나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다른 원인〓귀에 해로운 약을 먹어서 달팽이관이 상해도 이명이 나타난다. 교통사고나 외상 뒤 내이에 손상을 입어 귀울림이 생기기도 한다. 메니에르병이라는 특수한 질병에 걸리면 심한 어지러움, 청력 감소 등과 함께 이명이 나타난다.
또 이소골(耳小骨)에 붙은 작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 ‘딱딱’하는 반복적 소리가 들린다. 이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 없이 낫는 경우가 많지만 소리가 계속되면 근육이완제를 복용하거나 떨리는 근육을 자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외이염이나 중이염 등 때문에 귀울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때는 대부분 일시적이며 원인이 되는 귓병을 치료하면 절로 없어진다.
목의 동맥과 정맥의 혈관에 병이 생겨 혈액이 지나가는 소리가 ‘쉭쉭’ 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 뇌의 혈관질환, 종양 등이 원인일 수도 있으므로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진단이 필요하다.
▽치료〓획기적인 치료법은 없다. 일부 청력이 떨어진 환자는 보청기를 착용해서 난청과 귀울림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도 한다. 외부에서 신경에 거스르지 않을 정도의 음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서 귀울림을 느끼지 않게 하는 차폐기로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온몸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바이오 피드백’으로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
요즘에는 귀울림을 경감시키고 귀울림으로 인한 우울감 불안감 수면장애 등을 누그러뜨리거나 내이의 혈액 흐름을 좋게하는 약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습관화 요법’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이 방법은 의사가 환자와 지속적으로 상담해서 귀울림과 관련된 정서불안 등을 풀어주면서 소음유발기를 이용해 뇌가 귀울림 소리를 가급적 무시하도록 해주는 것. 18개월 정도 꾸준히 치료받으면 효과가 있다.
(도움말〓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3개월된 아기 엄마목소리 모르면 “난청 의심”▼
난청(難聽)도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어른은 난청이 오면 매사에 의욕을 잃는다. 특히 아기의 난청을 방치하면 말을 못 배우게 되고 지능 발달에도 큰 지장을 받는다.
▽어른의 난청〓외이도염이나 중이염 때문에 생긴 난청은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면 금세 낫는다.
소음 탓에 내이가 상한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85dB 이상의 소리에 8시간 이상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청력이 뚝 떨어진다. 이때 귀를 쉬게 하면 청력이 회복되나 하루 이상 소음에 노출되거나 반복해서 소음을 들으면 신경세포가 망가져 회복되지 않는다.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껴야 하고 청소년은 헤드폰으로 큰 소리의 음악을 듣지 말아야 한다.
난청이 처음 생기면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할 때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기 힘들어지고 조용한 곳에 가면 귀울림이 생긴다.
초기 증세가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해 귀에 독성이 되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소음을 피해 귀를 쉬게 한다. 증세가 심하면 보청기를 달거나 인공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 난청〓1000명 중 1∼3명은 선천적 난청이다. 신생아의 청각신경전달시스템은 생후 18개월까지 서서히 발달한다. 이 과정이 없으면 말을 배울 수 없다. 또 3세까지 소리를 듣지 않으면 뇌의 발달이 지장을 받으며 청각중추는 촉각 시각 등의 다른 감각을 담당하도록 바뀌어 버린다.
따라서 생후 3개월까지는 난청을 진단해 늦어도 생후 6개월부터 보청기를 달거나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고 듣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생후 3개월이 되도록 △큰 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엄마의 목소리를 모르며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소리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귀울림증 환자의 생활수칙▼
①큰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한다
②혈압을 검사해 고혈압을 다스린다
③소금을 적게 먹는다
④커피 콜라 담배 등 신경자극물질을 피한다
⑤매일 적당히 운동한다
⑥적당히 쉬고 과로를 피한다
⑦검사 결과 뚜렷한 이상이 없다면 신경을 다른 데로 돌려 귀울림을 무시한다
⑧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피한다
⑨너무 조용한 장소는 피한다
⑩이비인후과 의사 등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
▼귀의 역할▼
《귓바퀴에서 모인 소리는 외이도, 고막, 이소골을 거치며 증폭된 다음 달팽이관에 도달한다. 달팽이관 안에서는 림프액이 출렁대고 관 속에 있는 수 만 개의 털세포가 진동을 감지하는 과정을 통해 전기신호로 바뀐다. 이 신호는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가 소리를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 가운데 한 곳만 잘못돼도 소리를 듣기 힘들게 된다. 귀의 안뜰기관은 눈과 함께 평행유지를 맡는데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외이(外耳)▼
△대표적 질환〓외이도염
△특징〓귓구멍에 염증이 생긴 것. 귀가 가렵다고 면봉이나 손가락으로 마구 후비면 염증이 생기기 쉽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염증이 심해지면 고름이 섞인 진물이 나며 청력 장애도 생긴다.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으면 1주 정도면 가라 앉는다. 방치하다 악화되면 곪은 부위를 째고 고름을 빼야 한다.
▼중이(中耳)▼
△대표적 질환〓중이염
△특징〓급성은 약물치료를 우선하며 증세가 악화돼 물이 차면 고막을 뚫고 물을 빼낸다. 만성으로 진행돼 악화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은 염증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 많은 환자는 이와 함께 고막을 재생하는 수술을 받은 다음 나중에 이소골 재건술을 받는다. 극소수는 내이염으로 진행되며 난청, 귀울림, 안경신경마비 등의 원인이 된다.
▼내이(內耳)▼
△대표적 질환〓난청, 귀울림, 어지럼증
△특징〓난청은 조기에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증세가 악화되면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귀울림은 난청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어지럼증이 생기면 보통 뇌중풍을 의심하지만 빙빙 도는 듯한 느낌에 구역질 등이 동반되면 안뜰기관의 이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며 원인에 따라 치료받으면 대부분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