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 건강법]을지병원 불임 치료팀

  • 입력 2002년 9월 8일 17시 21분


을지병원 불임센터의 김세웅 교수(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환자의 진료계획에 대해 치료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훈구기자 ufo@donga.com

을지병원 불임센터의 김세웅 교수(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환자의 진료계획에 대해 치료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훈구기자 ufo@donga.com

“불임 환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사소한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을지병원 불임센터 김세웅 교수는 불임 환자를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환자라고 말한다. 그들은 인터넷과 책을 뒤지며 불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의사에게 물어볼 질문리스트를 작성한다. 또 아기를 낳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병원의 치료성적이 시원치 않으면 가혹한 평가를 내리고 다른 ‘명의’를 찾아 병원을 옮긴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30분 진료’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환자당 30분 이상 진료해야 치료성적이 더욱 좋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그를 두고 “복덕방 아저씨처럼 불임 가족의 속사정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원칙이 병원경영 측면에서 봤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을 리 만무하다. 환자 한 명당 진료시간을 줄일수록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해 볼 때까지는 해봐야죠. 아기 낳는 일이 쉬운 줄 아십니까”라고 반문한다.

최근 을지병원 불임센터는 겹경사를 맞았다. 불임 치료 및 장기(臟器) 냉동보존의 권위자인 김 교수를 지난해 11월 불임센터 소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산부인과 진료와 불임 치료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건물을 새로 마련한 것.

김 교수는 쥐의 난소와 자궁을 냉동 보존한 뒤 다른 쥐에 이식해 임신에 성공했다는 실험결과를 올해 초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해 주목을 받는 등 임상뿐만 아니라 기초연구에서도 세계 정상급에 올라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임치료팀은 김 교수를 포함해 이진용 박원일 박은주 교수와 정순희 김애경 간호사로 구성돼 있다. 또 병원 부설 생명과학연구소의 양현원 고덕성 이회창 이향흔 박사가 불임과 관련된 각종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9년간 미국과 영국 등 외국의 유수 대학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돌아온 김 교수는 “불임은 부부가 함께 치료하는 병인데도 한국의 남성은 좀처럼 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불임관련 조사를 종합했을 때 불임의 원인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40% △여성과 남성에 모두 문제가 있을 때가 10% △모를 때가 10% 등으로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정설이 됐다.

불임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좋은 정자를 골라 여성의 자궁에 넣어주는 인공수정과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뒤 자궁에 넣어주는 체외수정. 또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나팔관에 넣어주거나 무정자증에 걸린 남자의 고환에서 정자를 직접 채취하는 시술 등 환자의 연령과 원인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이용된다.

을지병원 불임센터는 2000년 6월부터 2년 동안 258회의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성장촉진물질인 ‘GM-CSF’을 이용한 결과 임신 성공률이 기존의 33.3%에서 46%로 향상되는 등 뛰어난 치료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겉으로는 젊고 아름다워 보여도 난소의 나이는 절대로 못 속입니다. 아이를 가지려면 35세 이전에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가장 큰 문제가 되는 환자가 35세 이후에 첫 아이를 가지려는 여성. 여성이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난자 수는 약 200만개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20만∼30만개로 줄어든다. 이후 월경으로 난자가 배출될 때 수천개씩 사라져 35세에는 생식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임신하기가 쉽지 않다. 불임센터를 찾는 환자의 상당수가 직장생활을 이유로 임신 시기를 늦춘 전문직 종사자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적절한 피임을 통해 안전하게 성관계를 가져야 불임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혼 전 문란한 성생활로 성병 골반염 등을 앓거나 유산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불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출산계획이 잡히면 산부인과에서 정기 검진을 받고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 등을 미리 치료받는 게 좋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전국의 불임치료 명의들

‘춘추전국시대.’

한국의 불임치료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는 게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의 공통된 의견. 그만큼 명의로 소문난 의사도 많고 병원간의 연구 및 치료 경쟁도 뜨겁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문신용 교수는 85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험관 아기를 탄생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재 개원의 상당수가 문 교수 밑에서 공부한 제자들. 김석현 교수는 지난해 본보가 선정한 ‘베스트 중견의사’로 불임치료 분야의 차세대 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차광렬 학원장, 마리아병원 임진호 원장,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원장은 ‘개원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의사로 국내 불임치료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한편 남성불임 치료분야에서는 단연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가 명의로 꼽힌다. 백 교수는 정관복원 및 무정자증에 대한 원인 연구와 함께 남성불임의 20∼30%를 차지하는 정계정맥류 치료에 미세수술법을 도입해 국내외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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