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라는 것은 승부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초일류기사라면 뭔가 남다른 성격의 소유자가 대부분 아닌가.
반상(盤床)의 세계에서 ‘착하다’는 것은 ‘모질지 못하다’는 것이고 모질지 못하면 승부에 임하는 기세에서 한풀 꺾이고 들어가기 십상. 독한 마음과 성격이 아니면 험난한 승부세계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성격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내 나름대로, 내 성격대로 일가를 이루고 싶습니다.”
‘평범함’으로 정상에 오르고 ‘착함’으로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바둑도 언뜻 보기엔 특징이 없이 평범하다. 조훈현 9단, 이세돌 3단처럼 빠른 수읽기와 동물적인 승부근성으로 강력한 전투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유창혁 9단처럼 유연하면서도 다부진 한방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창호 9단과 비슷하게 끝내기에 강점이 있는 바둑. 하지만 ‘끝내기가 강하다’는 평가를 본인은 한사코 부인한다.
“최근 우연히 반집승을 많이 거뒀을 뿐이지 제가 특별히 끝내기가 강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른 젊은 기사들과 비슷한 수준이예요.”
그러나 그는 명인전 본선에서 조훈현 유창혁 이세돌을 꺾고 7연승으로 도전권을 따내 9일부터 이창호 9단과 도전기를 시작한다. 그는 지난 5월 패왕전 도전기에서 이 9단에게 0대3 으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그는 반집패를 두 번 당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내용적으로 대등한 승부였다는 평을 들었다.
이번엔 이전과는 마음 자세부터 다르다. 전에는 세계최강 이 9단에게 한 수 배우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꼭 타이틀을 딴다는 자신감으로 바뀐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아직 기풍도 형성되지 않았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하는 미완성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한수 한수 둘 때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더 좋은 수를 발견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바둑팬들에게 ‘평범의 비범’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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