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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란 과연 요즘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현역때와 지금 후배들이 느끼는 것을 비교한다면….
▽정성숙〓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부족한 것 같다. 나는 태릉선수촌에 들어가는 게 소원이었다. 대표가 된 뒤 1년 내내 이겨보지 못했을 때도 가슴속이 뿌듯했고 조금씩 발전한다는 사실이 기뻤다. 국가대표라면 이래야 한다는 각오가 대단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운동이 전부는 아니지만 도복을 입고 있는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쉴 때 연애를 하든 화장을 하고 연극을 보든 아무 문제가 안된다. 다만 주어진 시간 만큼은 혼신의 힘을 쏟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장순〓내가 87년에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는 꼭 금메달을 따 한국의 명예를 드높이고 부모님을 기쁘게 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영광의 자리에 서 봤다는 경험이 얼마나 값진지 잘 모르고 가치가 다른 것 같다. 시대가 흘러가면서 선수들의 개성이 강해진 탓이라고 본다.
▽이문희〓수영은 종목특성상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선수들이 항상 두 개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니 ‘모 아니면 도’식은 아니다.
▽김태현〓세대가 달라졌다. 우리 때는 ‘이 길만이 내가 갈 길이다’라고 생각했지만 후배들은 두갈래 길을 함께 보는 것 같다. 프로에 밀려 아마스포츠의 위상이 떨어진 것도 영향이 있다.
-신세대 대표선수들을 평가한다면….
▽박장순〓컴퓨터 세대답게 인터넷을 통해 최신 정보를 쉽게 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의 라이벌 선수들의 성적은 금세 알고 내게 알려줄 정도다.
▽이문희〓집중력이 뛰어나다. 억지로 운동을 하는 게 아니고 수영을 즐기고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정성숙〓자기 주장이 뚜렷하다. 기술을 받아들일 때도 무작정 따라하는 게 아니라 원리를 따지려고 한다.
-부산대회 개막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수촌 분위기는 어떤가.
▽정성숙〓20일전이면 분위기가 더욱 떠야 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96애틀랜타올림픽을 앞두고는 선수촌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97년 IMF이후 계속된 침체의 결과다. 그나마 월드컵이 있었기에 분위기가 이 정도나마 살아난 것이다.
▽이문희〓대회가 다가오면서 조금씩 활기가 살아나는 것 같다.
▽김태현〓여건 등이 짧은 기간에 많이 좋아졌지만 얼마만큼 실전에서 효과를 거둘지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선수들의 선전을 촉발시킬 기폭제를 꼽는다면.
▽김태현〓뭐니뭐니해도 관심이다. 선수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각계인사들이 찾아오고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또 때가 됐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동료중 한 명이 인터뷰라도 하면 나도 언젠가는 저런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거란 꿈을 가지고 운동에 집중한다. 과거에는 채찍만 있으면 됐지만 요즘은 반드시 당근이 따라야 한다.
▽박장순〓수억원을 받는 야구 축구 농구 등의 선수를 보면 소외감을 느끼고 사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 선수 관리 만큼이나 지도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이번 대회 금메달 8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종합 2위 목표를 어떻게 보나.
▽박장순〓분위기를 보면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 86서울대회 때나 88올림픽 때도 그랬다.홈 그라운드의 잇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초보 지도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김태현〓역시 짧은 경험 때문에 내가 생각한 것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히딩크식 지도법이 모든 종목에 적용될 수는 없다.
▽박장순〓코치가 목표를 잡아도 선수들이 모두 따라와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주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전에는 엄격한 지도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줘도 될 것 같다.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지도는 안 통한다. 기술 하나를 가르치더라도 원리와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요즘 선수들에게 아쉬운 점과 장점을 꼽는다면….
▽정성숙〓후배들에게 ‘운동만이 전부가 아니다. 너희들이 하고싶은 것 다 해라. 그 대신 운동할때만은 혼신의 힘을 다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이정도도 충족을 못시켜줄 만큼 자기관리가 안된다. 하지만 주관이 뚜렷한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김태현〓그건 어쩔 수 없는 시대흐름인 것 같다. 우리때는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각오였지만 지금 선수들은 그것이 아니다.
▽이문희〓집중력은 좋아졌지만 포기가 빠르다. 또 너무 재미있는 것만 찾는 경향이 있다. 재미있으면 빠져들고 없다면 쉽게 포기한다. 예전에는 코치가 10개를 하라면 무조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박장순〓자신이 좋아하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그것에 매진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쉽게 포기한다. 정신력이 아무래도 예전만 못하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방담참가자▼
박장순 코치(레슬링)
△생년월일〓1968년 4월10일
△소속〓삼성생명
△출신교〓대전체고-한국체대
△주요 성적〓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 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 금메달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 동메달,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김태현 코치(역도)
△생년월일〓1969년 4월7일
△소속〓보해양조
△출신교〓전남체고-한국체대
△주요 성적〓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 금메달, 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 금메달, 98년 방콕아시아경기 금메달
정성숙 코치(유도)
△생년월일〓1972년 1월26일
△소속〓포항시청
△출신교〓경주 무산고-용인대
△주요 성적〓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 금메달, 95년 지바세계선수권 금메달,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이문희 코치(수영)
△생년월일〓1975년 10월7일
△소속〓대한수영연맹
△출신교〓서울체고-중앙대
△주요 성적〓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 계영 400m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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