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도 비슷하다. 670선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가 750선 근처까지 오르면 더 상승하지 못하고 자꾸 되밀린다. 주가가 더 오른다고 생각하고 비싸게라도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바닥에서 산 주식이 10%가량 올랐으니 일단 팔아 이익을 챙겼다가 떨어지면 또 사겠다는 투자자가 더 많은 탓이다.
9월 2일 외국인이 1170억원어치나 순매수해 종합주가지수가 751.98까지 오르자 8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주가가 3일부터 급락하면서 708.73까지 되밀리자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의 비관론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주말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가 각각 3.54%와 1.73%나 올라 상승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려면 저항의 힘을 이겨내고 솟아오를 수 있는 힘이 보충돼야 한다. 그 힘은 돈(수급) 펀더멘털(기업수익) 심리(증시에 대한 믿음) 등 3가지다.
우선 돈을 보자. 고객예탁금은 6일 전날보다 2011억원이나 줄어든 8조9515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KT, 국민은행이 자사주를 2조원가량 사들이고 있지만 예탁금이 줄어드는 것은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외국인도 지난주 1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강도는 약한 편이다. 투자신탁 연기금 등 기관도 주식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다.
펀더멘털도 불투명하다. 기업들은 올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매출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구조조정과 저금리로 이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매출이 늘면서 이익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심리도 여전히 불안하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식으로 유가가 춤을 추고, 9·11테러 1주년을 넘기고 보자는 사람이 많다.
날달걀을 한참 돌리다 세워놓으면 마치 산 것처럼 다시 돈다. 달리던 버스가 브레이크를 잡으면 사람들이 앞으로 쏠리는 것처럼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도 오르는 주식은 계속 상승하려 하고, 떨어지는 주식은 떨어지려 한다. 주가가 저항선을 뚫고 올라 계속 상승하는 관성의 힘이 작용하려면 3가지 힘이 보충되는 게 중요하다.
홍찬선 경제부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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