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근 석사 논문 작성에 참고하기 위해 경영정보시스템(MIS) 관련 미국 잡지 ‘MIS Quarterly’를 학교 전산망 도서검색 시스템에서 찾았다. 잡지가 도서관 4층 ‘외국잡지’ 코너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책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었다. “누군가 열람실에서 읽고 있다”는 사서의 대답.
혹시 인터넷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도서관 1층 컴퓨터실로 몸을 돌렸다. 그러다 멈칫, 핸드백 속에 노트북 PC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노트북PC를 꺼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빙고!
무선랜의 원리
ADSL 등 기존 인터넷망이 설치된 곳에서 인터넷 선에 무선접속장치(AP·Access Point)를 설치한다. 노트북이나 PDA 등 휴대용 단말기에는 무선랜카드를 끼운다. 그러면 AP와 무선랜카드가 초고속 인터넷과 같은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노트북이나 PDA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가정용 유무선 전화기에서 전화선이 꽂힌 본체와 무선인 휴대기기가 작동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KT 등은 전국의 주요 대학과 지하철역 공공장소에 AP를 설치하고 있다.
나 삐졌어
선이 사라지면서 네티즌의 생활상도 변하고 있다. 정씨는 최근 서울 강남역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친구와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10여분이 지나도 친구가 나타나지 않자 그는 PDA를 꺼내 친구와 함께 가입한 인터넷 동호회의 게시판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넌 왜 만날 늦니? 나 삐친다∼. 잘 봐….’
그리고 평소 갖고 다니던 디지털 카메라로 자신의 ‘뾰로통’한 얼굴을 찍어 게시판에 글과 함께 올렸다. 그는 “나중에 보고 반성하라고 만나서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정희씨(24·한양대 기계공학과 3년)는 친구와 만나기로 하고 인천 서구로 차를 몰았다. 낯선 곳이었지만 ‘가다 보면 나오려니’ 무작정 달렸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패스트푸드점 ‘파파이스’가 보이자 그 앞에 차를 세우고 노트북을 폈다. 이 매장에는 AP가 설치돼 있었다. 그는 차에 앉은 채 인터넷 지도검색 서비스(map.hanmir.com)에서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조회해 5분 만에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MP3도 필요 없어요
정씨는 음악·영화감상도 노트북·PDA로 한다. “MP3플레이어를 사용해 왔으나 음악을 주로 듣는 장소인 도서관이나 교내 휴게실에서 무선랜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
그가 음악을 듣는 곳은 인터넷음악방송 ‘레츠뮤직’(www.letsmusic.co.kr).
이 회사는 최신 가요와 팝송을 회사의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회원들이 회사의 컴퓨터에 접속한 상태에서 음악을 무료로 듣도록 하고 있다. 음악파일이 회사 컴퓨터에서 정씨의 컴퓨터로 통째로 옮아가는 게 아니라 온라인 상태에서 음악의 음 하나 하나를 빠르게 보내주기 때문에 초고속 인터넷이 아니면 감상이 불가능하다.
정씨는 영화를 같은 원리로 보내주는 ‘코리아닷컴’(www.korea.com)을 통해 도서관 휴게실 지하철역에서 영화감상을 즐긴다.
노트북 전성시대
무선인터넷이 관심을 끌자 PC제조업체들도 휴대하기 간편한 노트북PC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KT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무선랜 서비스 ‘네스팟’(www.nespot.com)과 노트북PC의 공동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LGIBM도 하나로통신과 제휴를 맺고 무선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노트북PC를 할인판매하고 있다. 현대멀티캡 한국후지쯔 휴렛팩커드(HP) 등도 하반기 중에 무선랜 기능을 탑재한 노트북PC를 내놓을 예정.
현대멀티캡 마케팅팀 김용일 상무는 “무선랜의 보급과 함께 현재 PC시장의 20∼30%대에 머물고 있는 노트북PC의 점유율이 연말에 가면 4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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