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 처조카의 공자금 의혹 밝혀야

  • 입력 2002년 9월 10일 18시 25분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처조카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통해 전체 빚의 절반인 4000여억원을 탕감받은 성원건설은 공적자금이 어떻게 낭비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의 하나다. 성원건설은 로비에 의해 계열 금융회사인 대한종금에서 빚을 면제받았고, 그 결과 부실해진 대한종금에는 무려 3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성원건설에 대한 빚 탕감이 과연 정상적이었는지, 대한종금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합당한 것이었는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 조사 결과 홍업씨의 주변 인물들이 성원건설의 빚 3300억원을 탕감해 주도록 하고 14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탕감액수는 성원건설의 다른 계열사인 성원산업개발의 빚 탕감액 1335억원을 합쳐 4270억원에 이르고 있다. 홍업씨 구속 당시에 검찰이 발표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당연히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어쩌면 성원건설의 사례는 일부분인지도 모른다. 이형택씨가 예보 전무로 있을 때에만 수십개 업체에 1조원이 넘는 채무가 면제됐다고 하니 로비에 의한 빚 탕감이 얼마나 더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156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액 가운데 회수 불가능한 손실이 69조원이나 된다고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혀진 바가 없다. 69조원의 손실액 가운데 성원건설의 경우처럼 과다한 빚 탕감이나 공적자금 투입으로 발생한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공적자금의 손실분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기 전에 왜 손실이 발생했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재정에서 49조원, 금융부문에서 20조원을 분담케 한다는 상환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부실기업의 부채를 어떻게 탕감해 주었는지부터 가려내야 한다. 국민은 손실 내용을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국정조사 대상과 증인 채택이 여야의 타협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가려야 할 책임을 깨닫고 국정조사에 협조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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