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뉴욕에 다녀온 한국투신운용 유병득 사장은 10일 미국 증시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현지의 한 투자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회계부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서명했지만 자산운용회사 등이 투자자들의 돈을 투명하게 관리한다는 보장이 없어 자금이 쉽게 모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 사장이 만난 미국인들은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전망이 밝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증권사도 제대로 신뢰를 쌓지 못해 고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에서는 증권사 직원의 불법행위가 잇따르고 있고 그 내용도 너무나 다채롭다.
지난달 23일 유수한 증권사의 대리가 작전세력에게서 30억원을 받기로 하고 기관투자가의 이름을 도용해 주식을 불법 매매한 사건이 터졌다.(기관계좌 도용)
코스닥 시장의 앞날을 전망하며 이름을 날렸던 한 투자전략가는 2억여원의 돈을 받고 작전세력을 도왔다가 6일 구속됐다.(주가 조작)
지난달에는 두 외국계 증권사가 ‘보고서 사전유출’로 경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준법 여부를 감시하면서 월급을 받는 직원이 ‘불법 자기매매’를 하는가 하면 큰 손 고객의 주문을 미리 알고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는 이른바 ‘프런트 러닝’을 했다가 적발됐다.
더 근본적인 지적도 있다.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은 “증권사나 투신사가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의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과론이지만 증시가 정점을 지나 떨어지기 시작한 뒤에도 “지금 집을 팔아 주식을 사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외치던 일부 투자전략가들을 투자자들은 기억한다.
증권인들은 증시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 원인을 미국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고객을 위험에서 보호하지 못하고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스스로를 돌아볼 때다.
신석호기자 경제부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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