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VHS 비디오에 비해 몇 달씩 DVD 타이틀 출시가 늦어 마니아들이 몹시 아쉬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DVD 시장이 급속도로 대중화되면서 국내 DVD 출시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미국보다 출시가 더 빠른 DVD의 등장〓올해 ‘대박’ 타이틀로 알려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DVD는 5월14일 국내에서 전격 출시됐다. 우리말 더빙과 다양한 게임까지 부록으로 들어간 이 DVD는 국내에서 비디오와 동시에 선보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2주 늦은 5월28일 나왔다. 이로 인해 미국 대만 등지에서 거꾸로 한국 DVD 인터넷 쇼핑몰에 이를 주문하기도 했다. 10일에는 월트디즈니의 ‘몬스터 주식회사’ DVD(일반판)가 국내 출시됐다. 이도 미국에서는 일주일 늦은 17일에나 출시될 예정이다. 콜럼비아트라이스타의 하반기 야심작인 ‘스파이더맨 특별판(SE)’ DVD도 10월22일 국내 출시되며 미국에서는 11월 1일로 예정돼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앞서 나온 DVD를 구입해온 한국 마니아들을 유인하려는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내판이 해외판보다 늦어 해외 인터넷쇼핑몰에 한글 자막도 없는 DVD를 비싸게 사왔던 마니아들의 손길을 돌려놓기 위한 한국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 게다가 올해가 DVD대중화의 원년(元年)으로 불릴 만큼 한국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제작사들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출시’를 ‘브랜드’화하고 있다.
▽세계 동시 출시로 만나는 DVD〓월트디즈니가 지난해부터 10년간 매년 10월 8일에 클래식 애니메이션 DVD를 ‘플래티넘’ 시리즈로 한편씩 출시하기로 했다. 첫 번째 시리즈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는 지난해 10월8일 세계에서 동시 출시됐다. 올해 10월8일 나오는 2번째 플래티넘판인 ‘미녀와 야수’ DVD도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동시 출시된다.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A.I.’도 국내 동시 출시돼 호평을 받은 DVD. 지난해 ‘스타워즈 에피소드 1-보이지 않는 위험’과 올해 11월 출시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도 미국과 출시 시기의 차이가 보름 이내로 줄었다. 최근 선보인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도 미국판 출시후 일주일만에 국내 출시됐다. DVD 시장이 글로벌화하면서 인기 영화들은 극장 개봉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되는 추세가 급류를 탈 전망이다.
▽비디오는 퇴물, 이제는 DVD 출시를 앞당겨라〓지난 해만 보더라도 대부분 DVD는 비디오가 나온 뒤에 출시됐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비디오 판매 매출이 급격하게 줄자 비디오업계는 DVD 출시를 앞당겨 대안 마련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최근 ‘타임머신’ ‘트레이닝데이’ ‘뷰티풀 마인드’ ‘에너미 라인스’ ‘오션스 일레븐’ ‘몬스터주식회사’ ‘일단 뛰어’ 등의 DVD는 비디오와 동시에 출시됐고 앞으로 나올 ‘패닉 룸’ ‘스파이더 맨’ ‘미녀와 야수’ 등도 마찬가지다.
스펙트럼과 태원엔터테인먼트도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 ‘소림축구’ 등의 DVD를 비디오와 일주일 미만의 차이로 내놓고 있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는 DVD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난 뒤에 비디오가 나오기도 했다.
비디오 업계에서는 비디오와 동시에 DVD를 출시하면 비디오 대여가 줄지만 이를 DVD 판매로 보완하는 게 매출 안정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DVD동호회인 DVD프라임(www.dvdprime.com)을 운영중인 박진홍씨는 “1조원이 넘던 비디오대여시장 규모가 올해 1000억원대로 추락했다”며 “올해는 DVD가 비디오 시장보다 커지는 첫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래 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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