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재난과 재해라는 용어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실은 이 두 가지 용어는 우리나라 재해 재난 관련법상 큰 차이가 있다. ‘재난’은 화재 폭발 교통사고 등 소위 인위적 사고를 규정한 용어이며, ‘재해’는 태풍 홍수 폭설 가뭄 같은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로 규정하고 있다. 전자는 ‘재난관리법’, 후자는 ‘자연재해 대책법’ 등 각각 다른 법 체계로 되어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인명구조가 정부의 최우선 조치가 된다. 다음이 이재민에 대한 구호와 복구 지원, 공공시설과 생활 필수시설의 응급 복구, 피해 상황의 정확한 조사와 복구 계획의 수립과 추진 등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천 제방 등 공공시설의 복구가 항구적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느냐 하는 문제이고, 다음은 피해주민에게 어느 정도를 지원하느냐 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예산의 제약으로 투자 우선순위가 정해질 수밖에 없다. 후자의 경우에는 ‘재해 구호 및 재해복구비용 부담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 주택 복구, 농경지 및 농작물 복구 지원 등이 결정된다.
요즘 거론되고 있는 특별지역 선포는 원래 ‘재난관리법’에서만 있었으나 8월 28일 ‘자연재해 대책법’의 개정을 통해 자연재해의 경우에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는 곳에서는 농경지 등의 복구에 자기 부담의 복구비를 국가나 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특별재해지역에서는 일회성의 개별 지원보다 다시는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재 취약 부문에 대한 특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특별재해지역 선포의 의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 특별재해지역이 아닌 지역의 이재민들이 만에 하나 똑같은 피해에 차등 지원을 받는다는 인식을 하게 될 때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낳게 됨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현행 이재민의 사유재산 피해에 대한 국가의 지원법(‘재해 구호… 등에 관한 규정’)은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 유형과 정도에 따른 지원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의 내용을 국민에게 잘 인식시켜 형평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수해 피해에 대한 종합대책을 수립할 때 개량 복구 방침을 현행보다 더 강화하여 피해 재발이 방지될 수 있도록 방재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며, 이재민에 대한 대책 중 각종 피해 복구 및 지원 대상 규정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며 지원 단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또 평상시에 재해 위험지구 등에 대한 수해 예방 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하고, 방재 분야의 오랜 숙제인 ‘재해 보험 제도’를 도입해 재해수습에 대한 정부의 지원 등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권형신 한국소방검정공사 사장·전 행자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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