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터진 1000억원대 대형 금융사고를 두고 금융가에서 적지 않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부실의 늪에 빠져 워크아웃 상태인 ㈜쌍용이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조흥은행과 우리은행의 지점 창구를 통해 무려 10년이 넘도록 대규모 무역금융 사기를 친 것은 단순한 ‘금융사고’ 이상의 메시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사고의 발단은 단순했다.
1989년 쌍용은 신발무역을 하면서 선수금을 준 거래기업의 부도로 30여억원의 손실을 입자 무역서류를 조작해 일단 봉합했다. 그러나 미봉책으로 터진 둑을 막을 수는 없는 법.거짓을 감추기 위한 거짓이 반복되면서 금액은 점점 커졌고 수법도 점차 다양해졌다.
무려 13년 동안 계속된 ‘돌려막기’는 결국 대형 금융사고로 막을 내렸다. 당초 30여억원이던 사고금액이 무려 113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커진 다음이었다.
물론 89년 당시 이들이 부실기업이고 부실은행이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를 보면 일찌감치 부실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원인 제공자인 쌍용은 말할 것도 없고 거래 은행들도 이를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무역금융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사고가 이어진 것을 보면 해당 기업과 은행간부들이 몰랐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를 추진 중인 금융기관이 과거에 숨겨둔 또 다른 부실덩어리를 토해내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속이고, 감추고, 문서 위조까지 활개를 친 것을 보면 모럴 해저드의 극치”(한국개발연구원 K박사)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사고가 터진 직후 “은행 지점까지 검사를 나가지 않는 한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둘러댔다.
그렇다면 금감원은 은행 본점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감독하라고 생겨난 조직이란 말인가. 한마디로 난센스다.
국민은 사고 자체보다도 때로는 관련 기관의 변명에 더 분노하는 법이다.
김동원기자 경제부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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