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중국 난징 등 9개 도시에서 열리는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의 포인트가드 김지윤(26·국민은행). 그가 출국 전날인 11일 대만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91-57로 34점차 대승을 거둔 뒤 어깨를 으쓱거리며 던진 한마디다.
김지윤의 현재 몸상태는 마치 악당에게 흠씬 얻어맞아 곧 쓰러질 것 같은 만화영화 주인공과 비슷하다. 발가락 아래 일명 종자근이 썩어들어가고 오른쪽 발목부상도 고질. 여기에이번 여름리그엔 허리에도 이상이 왔다.
김지윤은 여름리그가 끝나자 대표팀을 포기하고 몸 추스르기에 들어갈 생각이었다.마침 병원에서도 오른쪽 발목에 깁스를 하자고 했다.
바로 그때 ‘따르릉’. 이문규 대표팀 감독이었다. “지윤아, 네가 필요하다. 치료를 해도 대표팀에서 하는 게 낫지 않니?” “네.” 김지윤은 깁스를 포기한 채 두말없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개인적인 욕심도 있다. 항상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시드니올림픽을 비롯해 제대로 주전으로 뛴 적이 없었기 때문. 전주원이 예전같지 않고 이미선은 아직 어리고 그렇다면?
김지윤은 최근엔 오른쪽 어깨 통증도 생겨 매일 아이싱으로 몸을 풀었다. 하지만 하고자하는 열의 하나만은 대표팀 12명 중 으뜸. 이문규 감독은 “지윤이가 팀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된다. 믿을 건 정신력 밖에 없다”며 칭찬이 대단하다.
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