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미국발 불확실성과 바퀴벌레 이론

  • 입력 2002년 9월 15일 17시 45분


바퀴벌레는 떼를 이뤄 사는 습성이 있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으면 찬장 안에는 바퀴벌레가 득실득실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 월가(Wall Street)에는 이런 바퀴벌레 습성을 비유한 ‘바퀴벌레 이론’이란 것이 있다. 어떤 기업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면 재빨리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을 가리킨다. 기업(경영진)은 문제가 생기면 곧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대부분은 순이익이 계속 감소하고 주가는 더 떨어져 손실이 커질 우려가 있는 만큼 첫 징후가 보일 때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라는 뜻이다.

바퀴벌레 이론을 역(逆)으로 이용하면 한동안 잊었던 주식이 언제 회복되는지를 알아내 한발 앞서 주식을 싸게 샀다가 이익을 낼 수 있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알리고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달라진 것을 느껴 계절의 변화를 알아내는 것처럼 자그마한 단서에서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즉 △최근 2년간 최고 주가의 50% 이하에서 거래되는 주식 △시가총액이 장부가치의 2배를 넘지 않은 기업 △수익이 2∼3년 동안 변화하지 않다가 최근에 강한 성장을 보이는 기업 △경영진이 활발하게 주식을 사들이는 기업 등이 회복의 단서다.

하지만 증시 주변여건이 불확실할 때는 불투명한 요소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9·11테러와 추가 테러에 대한 불안, 분식회계 스캔들, 미-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유가 급등….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미국발 불확실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잇단 금융사고와 잦은 불공정거래(작전)로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주가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변덕스러운 외국인 매매동향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투자를 ‘부(富)와 파산(破産)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라고 했다. 주가변동이 심할 때 삼각파도에 휘말리면 익사할 수 있다는 경고다.

증시에는 ‘위대한 바보이론’도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이번에는 다르다’며 한결같이 주가가 오른다고 하면 주식을 팔고 증시를 떠나야 한다는 말이다. 저금리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바탕으로 한 자기자본이익률(ROE)혁명은 미국발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로 늦춰질 듯하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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