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재민과 함께 추석을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52분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수재민들에게도 추석은 찾아 왔다. 지금 수재민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풍성한 수확의 기쁨 대신에 온통 흙더미로 뒤덮인 황량한 폐허다. 추석을 맞아 조상께 차례조차 제대로 지낼 수 없는 비극적인 현실에 이들은 다시 한번 목이 멘다. 추석은 둘째치고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날씨에 당장 겨울을 맞을 일이 걱정이다. 수마(水魔)가 덮친 지 불과 20여일이 지났지만 수해의 기억은 나머지 국민으로부터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이번 수해에서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보았지만 한편으로 재난 극복의 새롭고 귀중한 사례를 만들어 낸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이름 모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수해 현장에 달려와 수재민들의 재기에 힘을 보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들로부터 아낌없는 도움을 받은 수재민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전하거나 눈물 어린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나눔과 베풂은 또 다른 미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경북도내 200여개 단체들이 수재민과 함께 추석을 보내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고 한다. 남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 적극 지지의 뜻을 보낸다.

또 한 가지 이 운동에 주목하는 것은 추석이 갖는 본래 의미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추석은 전통적으로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는 명절이었다. 가족보다는 구성원 전체가 함께 보내는 명절의 성격이 강했다. 현대에 들어와 추석은 지나치게 가족 중심적인 명절로 변한 것이 사실이다. 추석연휴 가운데 하루라도 수해 복구작업을 돕는 데 동참한다면 추석이 지닌 나눔의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 된다.

차가 밀려서 현장에 직접 가기 어렵더라도 수재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수재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반드시 재기할 수 있다는 의지다. 아무리 작은 도움이라도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추석은 모두의 명절이 되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