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건강법]잘린손가락 절대 물로 씻지마세요

  • 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00분



“미세수술은 반도체 공정에 맞먹을 정도로 정교한 작업이죠.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미세수술팀에는 ‘손놀림의 달인(達人)’들이 모여 있다.

바깥 지름이 1㎜가 채 안 되는 혈관과 신경 등을 육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가느다란 실로 이어붙이는 미세수술이 이들의 전공.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들여다보면서, 발로는 현미경 조정 페달을 밟아 원근과 배율을 조정하고, 손으로 초소형 수술도구를 이용해 혈관과 신경을 한 땀씩 이어 붙인다.

수술팀을 이끄는 성형외과 김우경 교수는 “정상적인 손떨림마저도 최소화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떨림은 리듬을 타듯 봉합하는데 이용할 줄 알아야 미세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술팀은 김 교수 이외에 △성형외과 이병일 한승규 이동근 교수 △마취과 이미경 교수 △재활의학과 윤준식 교수 △전문간호팀의 오보영 채진숙 간호사 △서현두 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술팀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손가락 접합술. 잘린 손가락의 뼈와 힘줄, 혈관 신경 피부 등을 차례로 연결하는 수술이다. 이들의 수술 실적은 교과서를 수차례 바꾸는 계기가 됐다.

손가락 끝마디 수술이 대표적. 그동안 교과서에는 혈관의 바깥 지름은 0.2∼0.3㎜밖에 안돼 수술 성공률이 낮으므로 다른 치료를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수술팀이 처음 꾸려진 83년 이후 지금까지 300여명의 손가락 끝마디를 이어 80% 이상 성공했다.

절단된 손가락은 8시간 안에 붙여야 한다는 ‘골든 아워(Golden Hour)’ 규칙도 새로 바꿨다. 교통사고로 새끼손가락이 잘린 어린이를 54시간이 지난 뒤 수술해 성공했기 때문.

진짜 실력이 발휘되는 것은 여러 개의 손가락이 잘렸을 때. 특히 열 손가락 접합술은 최소 4명의 베테랑 의사가 20시간 이상 매달려야 가능한 고난도 수술이다. 수술팀은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환자 9명과 9개가 절단된 1명을 수술해 성공률 93%라는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외국의 수술 성공 사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재활치료도 수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술로 겉모습을 되찾았더라도 상당 기간 사용하지 않아 관절 등이 쉽게 굳을 수 있기 때문. 윤 교수는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적외선을 쏘여 관절 부위를 부드럽게 한 뒤 운동이나 작업 치료로 평소 기능을 되살려야 관절 주변의 인대 근육 힘줄이 굳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손을 정상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가락 접합술에 이용되는 미세수술법은 최근 얼굴과 발, 팔 다리 등 다른 부위를 다쳤을 때에도 사용된다.

이중 주목을 받는 것이 ‘유리피판술’로 피부조직이나 장기 등을 이식할 때 혈관까지 연결해 이식부위에 잘 달라붙도록 하는 수술법이다. 특히 얼굴이나 목에 종양이 생겨 살을 잘라냈을 때 다른 부위의 살을 떼어다 붙이는 데 이용되고 있다.

“수술팀이 손가락을 붙인 환자수는 지금까지 2000명이 훨씬 넘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였죠. 그러나 요즘은 집이나 자동차 문에 손가락이 잘린 어린이 환자도 많습니다.”

김 교수는 손가락이 잘려 동네 병원을 전전하다가 시간을 허비한 경우에도 낙담하지 말고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잘린 부분을 깨끗한 가제나 천으로 싸서 비닐 봉지에 넣은 뒤 얼음 물에 담가 병원으로 가져온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 간혹 물에 씻거나 알코올병에 담가 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럴 경우 조직이 죽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다.

최근 가정주부와 사무직 종사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손저림증(손목터널증후군)도 수술팀의 주요 치료영역.

손저림증은 그동안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실제로는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정중신경이 눌려 생기는 것으로 심하면 글씨를 쓰거나 단추를 잠그는 등의 섬세한 동작을 못하는 질환이다. 부목을 대고 안정을 취하거나 간단한 약물 및 수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수술팀에서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만 1000명이 넘는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미세 및 재건성형 분야 전국의 명의

이름

소속

주요 치료분야

전화

오석준

한림대 한강성심

미세수술, 화상

02-2639-5700

박철규

서울대

안면기형

02-760-2301

이윤호

민경원

유방재건

김석화

소아 안면기형

탁관철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손, 성기

02-361-6253

박병윤

머리 얼굴뼈

박철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02-3497-3110

김우경

고려대 구로

미세수술, 손

02-818-6081

이병일

한기환

계명대 동산

안면기형

053-250-7634

안희창

한양대

미세수술

02-2290-8560

오갑성

성균관대 삼성서울

귀, 안면기형

02-3410-2221

이택종

울산대 서울아산

유방재건

02-3010-3591

김영진

신촌연세병원(개원)

02-337-7582

황종익

두손병원(개원)

031-402-7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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