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경기장에서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에 관해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용어상 ‘한반도기’는 곤란하다. ‘한반도’란 대한민국의 영토가 반도라는 뜻이다. 이 ‘한반도’라는 말은 일본이 우리나라 전체를 ‘조선반도(朝鮮半島)’라 하여 우리나라를 글자 뜻대로 반 섬(半島)으로 여겨 일본열도(列島)에 소속한 섬, 속도(屬島)로 보고, 나아가 일본의 속국으로 간주하려는 일본의 저의가 담긴 용어다. 우리는 이 말의 의미와 거기에 담긴 속셈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반도’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우리말 지르잡기에서 버려야 할 언어 유산 중 하나다.
둘째, 한반도기는 국제법에 어긋난다. 현재 한반도기는 정식 국기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유엔에 정식 국기로 등록해야 전 세계에 인정된다. 현재 국제적으로 국기로 인정받지 못한 것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서독과 동독이 둘로 나뉘어 있으면서 올림픽 경기에 동시에 참석할 때도 국기 게양 문제를 놓고 지금의 남북한처럼 임시방편으로 국기를 조작하지는 않았다. 그때 서독과 동독은 각자의 국기를 소중히 생각해 국기를 각각 게양했었다.
이 점은 우리가 하나의 좋은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더구나 현재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 중에서 그 나라 국토를 표시한 지도로 국기를 삼은 나라는 없다. 왜냐하면 지도는 고정적이지 못하고 유동적이며 가변적일 수 있다.
우리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것을 국기로 정할 수 없음을 헤아려야 한다.
셋째, 학교에서 학생이나 어린 세대의 교육에 혼란스러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기는 국가를 상징하며, 그 나라를 대신한다. 즉 국기는 국민의 정신적 지주요, 국민의 혼이 깃든 상징물이다.
정식으로 국기를 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가관 교육에 곤란한 점이 있다.
넷째, 정책 입안자나 지도급 인사들은 확고한 이념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 이념 없는 정책은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게 한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다. 주권 국가의 국기인 태극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뜻한다.
그리고 국기는 국위 선양의 상징물로 국가의 거룩한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태극기 사용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하나의 필수다.
지금은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하나로 합쳐진다는 믿음을 갖자.
한라산 백록담에서 채화된 불과 백두산 천지연에서 채화된 불이 7일 임진각 망배단에서 하나로 합쳐진 부산 아시아경기 성화 합화식(聖火 合火式)을 지켜보았다.
그때의 성스러운 불꽃처럼 화합과 희망이 활활 타오르기를 바란다.
최규일 제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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