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김모씨(38)는 국내 유수의 식품회사 연구원으로 10년째 재직하고 있었다. 김씨는 10년차가 되면서 ‘이 직업이 과연 나에게 주어진 길인가’ 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이지만 앞날이 뻔히 내다보이는 게 답답했다. 특히 석박사 출신 연구원들 사이에서 김씨의 경쟁력은 그다지 뛰어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새 길을 찾아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컨설턴트의 진단〓IBK컨설팅 원현숙 상무는 “김씨의 경력은 안정적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단조로운 게 흠”이라고 진단했다. 원 상무는 상담 후 김씨의 전공과 직장경력을 고려해 김씨에게 바이오 벤처 캐피털리스트(투자매니저)를 제안했다.
바이오 분야라면 김씨의 직장 경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매니저가 되기 위해선 기업분석이나 특허 관련 지식, 업계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김씨에겐 이러한 것들이 부족했다.
원 상무는 김씨에게 회사를 옮겨서 일을 배우지 말고 가능하면 현재의 직장에서 경력 쌓으라고 조언했다. 바이오 벤처 캐피털리스트에게 필요한 소양은 김씨가 회사의 관련 부서를 제대로 활용하면 얼마든지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김씨의 변신 노력〓김씨는 상담을 받은 후 사내 인사담당자를 찾았다. 그는 자신이 쌓아온 바이오 분야 경력이라면 특허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허팀으로 전배(轉配)를 요청했다. 김씨의 의견은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특허팀 배치가 이뤄졌다.
1년 뒤 신설된 바이오 신규 사업팀에 자원한 김씨는 신규 사업의 기획을 맡아 업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미국 유럽 등 잦은 외국 출장을 통해 해외 바이오 시장의 흐름에 친숙해질 수 있었다.
김씨는 최근 대기업 과장에서 한 벤처 캐피털회사의 이사로 스카우트됐다.
▽컨설팅의 초점〓김씨에게 내린 진단은 ‘사내 전배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원 상무는 “새로운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무작정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직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 자신의 전공과 경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사내 전배 시스템을 통해 관련 업무를 차근차근 배워 나간 것이 성공적인 경력 관리의 핵심이다.
원 상무는 “김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잘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사내에서 많은 경력과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전배(轉配)체크포인트
1. 현 부서에서 최소 3년이
지났는가
2. 최종 목표와 관련이 있는
전배인가
3. 전배로 어떤 장점과
가치가 있는가
4. 희망 부서와 관련된
자격증, 정보가 있는가
5. 평소 자기PR는 열심히
했는가
6. 사내에서 대인관계가
원만한가
7. 현 업무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가
8. 후배에게도 배울 수
있다는 여유가 있는가
9. 자기 적성과 성격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
10. 회사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자리인가
⊙10개중 7개 이상의 항목에 동의한다면 전배가 유리하다
■다음 회부터는 ‘지상 경력 컨설팅’에 응모한 독자의 사례를 바탕으로 진행합니다. 선정되신 독자에겐 경력 진단 및 자기 계발의 노하우 등 맞춤형 컨설팅을 무료로 해드립니다. 상담을 의뢰할 e메일 주소는 ask@ibkconsulting.com, 전화 02-780-5806, 2020-0243(동아일보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