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만 문화재 관리를 맡기던 시대는 오래 전 막을 내렸다. 문화재 보존과학은 역사뿐 아니라 물리 화학 미생물학 등 과학의 전 분야가 함께 참여하는 대표적인 통합학문이다. 각 학문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기본적으로 튼튼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앞설 수밖에 없다. 발굴 당시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렵던 유물이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화려한 원래 모습을 되찾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불국사에 있는 다보탑 석가탑이 기울었다고 한다. 다보탑이 수직에서 0.6도, 석가탑이 0.9도 기울어 ㎝로 계산할 때 각각 10㎝와 12㎝ 기운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위험한 단계는 아니라지만 해마다 기울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문화재 훼손은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오는 단골 뉴스가 되어 버렸다. 얼마 전엔 국보 1호인 서울 남대문에서 돌 조각이 깨어져 나갔다더니 이번엔 다보탑 석가탑이다. 이 정도면 문화재 훼손에 관한 한 충격적인 소식은 앞으로 더 나올 게 없는 것 같다.
▷문화재 훼손을 막으려면 관련 인력을 대폭 늘려서 체계적인 관리와 보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맞는 얘기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문화재 앞에서 매일 불침번을 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린다고 해서 꼭 해결되진 않는다. 그보다는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이다. 석가탑을 만든 석수장이 아사달과 부인 아사녀의 전설은 석가탑을 세울 당시 사람들의 경건한 마음을 보여준다. 아사달은 탑을 만드는 기간 내내 아사녀를 만나지 않았다. 피사의 사탑이나 석가탑을 만든 장인정신은 엇비슷할 텐데 두 탑의 서로 엇갈린 현실에서 우리는 아사달에게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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