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정 '따뜻한 응원' 받을 수 있기를

  • 입력 2002년 9월 23일 18시 46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 1진 159명이 어제 입국했다. 비록 부산이 개최한 국제대회에 참가한 것이라고는 하나 이처럼 많은 북측 인원이 한꺼번에 남한땅을 밟은 것은 분단 반세기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북한선수단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다소간 착잡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과연 진정한 남북 평화공존의 산물인가 하는 데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남한땅에서 펄럭이는 인공기를 바라보는 국민 일반의 당혹감 역시 그같은 의구심에서 비롯되는 것일 터이다.

북을 보는 데는 두 개의 상충된 눈이 존재한다. 하나는 하나의 민족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분단극복 통일지향의 눈이요, 다른 하나는 정전(停戰)의 상대인 ‘주적’으로 보는 눈이다. 지금껏 이 모순된 두 가치가 혼재하고 갈등하는 주된 책임은 북측에 있다.

최근 북측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공사에 나서는 등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 역시 북한이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설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 신뢰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단계다. 북측은 석달 전 서해만행으로 남한의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예정됐던 남북간 회담도 걸핏하면 일방적으로 깨거나 ‘떼쓰기’로 버티는 행태를 거듭했다. 납북자 송환 등 남북간 신뢰회복을 위해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을 의심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페어플레이와 함께 지금까지의 경직된 자세에서 탈피함으로써 남한사회는 물론 세계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바란다. 북측이 그런 자세로 노력할 때 남한 국민은 진정 따뜻한 박수로 북한 선수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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