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규모 북한선수단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다소간 착잡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과연 진정한 남북 평화공존의 산물인가 하는 데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남한땅에서 펄럭이는 인공기를 바라보는 국민 일반의 당혹감 역시 그같은 의구심에서 비롯되는 것일 터이다.
북을 보는 데는 두 개의 상충된 눈이 존재한다. 하나는 하나의 민족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분단극복 통일지향의 눈이요, 다른 하나는 정전(停戰)의 상대인 ‘주적’으로 보는 눈이다. 지금껏 이 모순된 두 가치가 혼재하고 갈등하는 주된 책임은 북측에 있다.
최근 북측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공사에 나서는 등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 역시 북한이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설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 신뢰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단계다. 북측은 석달 전 서해만행으로 남한의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예정됐던 남북간 회담도 걸핏하면 일방적으로 깨거나 ‘떼쓰기’로 버티는 행태를 거듭했다. 납북자 송환 등 남북간 신뢰회복을 위해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을 의심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페어플레이와 함께 지금까지의 경직된 자세에서 탈피함으로써 남한사회는 물론 세계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바란다. 북측이 그런 자세로 노력할 때 남한 국민은 진정 따뜻한 박수로 북한 선수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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