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동조화는 거품 붕괴 현상”…IMF 보고서

  • 입력 2002년 9월 23일 18시 49분


세계적인 주가동조화는 증시 거품 붕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했다.

IMF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국가별로 분산투자하는 과거 펀드매니저들의 투자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선진국 펀드매니저들이 IMF의 이런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세계 경기와 무관하게 착실히 수익을 내고 있는 국내 증시 종목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국가별 분산투자보다는 업종별 분산투자가 투자 위험을 줄이는데 더 유리하다는 90년대의 인식을 뒤집는 것이다. 특히 90년대말 이후 주가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선진국 펀드매니저들은 업종별 분산투자를 새로운 상식으로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한국 증시에 들어온 외국 펀드들은 전 세계적으로 업종별 투자비율을 정해놓고 해당 업종 내 대표 기업들의 주식을 세계시장 점유율 만큼 사들여 포토폴리오(투자종목군)를 짰다. 국가별로 투자비율을 정해놓고 각국 증시에서 좋은 종목을 골라 투자하던 80년대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방식이다.

이번 IMF의 연구 결과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세계 증시의 99%를 차지하는 42개국 증시의 1985∼2002년에 걸친 주가 움직임을 분석해 90년대의 인식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IMF는 “90년대 들어 동조화 현상이 강해진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지금까지 믿어온 것처럼 세계적인 시장통합 때문이 아니라 4개 업종을 둘러싼 투기적인 주가 거품 때문”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IMF는 9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난 동조화 현상은 시가총액 비중이 크고 미국 기업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통신 미디어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업종 등 4개 업종(TMBT업종)에 한정된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TMBT업종과 미국 기업을 제외하면 동조화 정도는 훨씬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 시장에서는 투자수익률이 국가별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국가효과’가 업종경기에 따라 좌우되는 ‘산업효과’를 능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분석이 외국인 투자에 반영된다면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내수관련주 △TMBT종목 가운데 펀더멘털이 외국 경쟁사보다 뛰어난 종목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올들어 국내증시와 미국증시의 동조화 경향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요한 때에는 아직 미국증시 흐름을 따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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