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한국팀 평균신장은 1m68인 반면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선수들은 모두 평균 1m90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그 후로 35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없다. 중국 난징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14회 대회에 출전, 당당히 4강에 오른 한국팀 평균신장은 예전보다 11㎝가 커진 1m79. 하지만 이번 대회 16개 참가국 중 뒤에서부터 네 번째다.
반면 한국과 함께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러시아(평균 1m87), 호주(1m86), 미국(1m84) 등은 모두 장신군단.
'땅꼬마' 한국 여자농구가 거인들이 버티는 무대에서 생존하는 비결은 뭘까?
그것은 두뇌플레이와 정확도 높은 외곽슛.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내내 속공과 전면강압수비를 펼치는 것.
23일 브라질(1m83)과의 8강전에서도 한국은 전면 강압수비로 상대로부터 16개의 실책(한국은 6개)을 이끌어낸 뒤 바람같이 앞으로 내달려 12개의 3점슛(브라질 1개)을 꽂아넣어 승리를 이끌어냈다.
24일 러시아와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이문규 감독은 전화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만만치 않지만 시드니올림픽에서 꺾어본 경험이 있어 해볼만하다. 3점슛부문에서 팀 1위는 물론 변연하(1위)와 김영옥(3위)이 상위에 올라있는 만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감독은 러시아와의 예선전에서 45점차 대패 원인에 대해서도 "게임초반 당황하는 바람에 그르쳤다, 대비책이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대비책은 상대방이 한국의 외곽슛을 차단하기 위해 골밑에서 나오는 틈을 타 김계령 이종애 홍현희 등 센터들이 텅빈 골밑을 유린한다는 것. 러시아가 골밑을 강화시키면 다시 김영옥 변연하 박정은 '슈터 3인방'이 장거리 곡사포를 쏘아댈 계획.
득점3위(평균 17.6점), 수비리바운드 1위(8.7개)에 오른 러시아 주포 엘레나 바라노바(1m92)는 '센터 3인방'이 5파울 퇴장을 무릅쓰고 저지할 예정이다.
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