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 크기의 이 장난감 자동차는 컴퓨터 칩과 송수신기를 내장해 휴대전화 신호에 따라 전후좌우로 움직인다. 라이프젠은 내년 이 휴대전화 자동차에 2.5㎜ 렌즈의 초소형 카메라까지 달 예정이다.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최신 휴대전화기가 있으면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실시간으로 휴대전화기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이 장난감에 들어가는 기술은 전자, 전기, 정보통신, 음성인식 등 현존하는 모든 첨단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난감’이라고 불러도 되나〓라이프젠은 인터넷으로 원격 조종하는 장난감 자동차도 준비 중이다.
사용자가 한국에, 장난감 자동차가 미국에 있을 경우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미국의 컴퓨터에 접속한 뒤 컴퓨터의 적외선 송수신장치로 장난감 자동차에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장난감은 한국의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라이프젠 최두희(崔斗熙) 사장은 “장난감이 첨단 기술의 시험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장난감에서 실용성을 인정받은 기술은 다시 일반 실생활에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99년 레고가 개발한 로봇 장난감 ‘마인드스톰스’는 블록마다 컴퓨터 칩, 첨단 센서, 적외선 송수신기, PC카메라가 들어 있다. 원하는 모양으로 조립한 뒤 특정 동작패턴이 담긴 프로그램을 컴퓨터 칩에 입력하면 그대로 움직인다. 센서를 통해 직접 길을 찾고 장애물도 피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제품을 화성탐사 모의실험에 이용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지난달 26일호에서 “첨단기술의 미래는 장난감에 달려 있다”며 “미 육군은 모 게임업체의 비디오게임인 ‘다크콘’을 차세대 군사훈련 도구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치열한 개발경쟁〓미 마이크로소프트(MS)는 97년 2000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는 인형 액티메이트바니를 개발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미 마텔사(社)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1억7562만달러(약 2131억원)를 투자했다.
일본 완구업체 다카라가 올해 5월 내놓은 ‘바우링구얼’은 애완견이 짖는 소리를 감지·분석해 소형 단말기 화면에 개의 감정상태를 보여준다. 일본 소니는 99년 로봇 애완견 아이보를 개발해 올해까지 매년 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한국에선 최근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를 그대로 오프라인의 첨단로봇 게임으로 바꾸는 개발이 진행 중이다.
미 리서치업체 NPD펀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110억달러(약 13조원)가 장난감 및 비디오게임 기술 개발에 투입됐다.
첨단 장난감 개발을 위한 전문인력들도 속속 배출되고 있다. 뉴욕주립대학 산하 디자인학교인 ‘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FIT)는 89년 장난감학과를 설립하고 학생들에게 장난감과 관련된 컴퓨터 및 각종 공학기술을 가르친다.
▽형성되는 시장〓장난감 전문 인터넷쇼핑몰인 토이매니아몰 정동욱(鄭棟旭) 사장은 “어린이만 겨냥하면 장난감업체는 도태된다”라고 강조한다. 장난감의 첨단기술을 이해하고 비싼 가격을 부담할 수 있는 어른들이 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것.
출생률이 낮은 미국과 유럽의 장난감 시장규모가 각각 연간 200억∼300억달러에 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토이매니아몰은 소형카메라가 달린 비행선, 사람이 걷는 속도로 나는 저속 비행기 등 어른용 장난감이 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심상민(沈相旼) 연구원은 “빠른 사회발전과 각박한 인간관계에 시달린 어른들이 자신이 직접 지배하고 늘 주변에 둘 수 있는 대상으로 장난감을 찾는다”며 “첨단기술 도입은 장난감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어른들의 욕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커지는 첨단 장난감 시장에 비해 국내 업체들의 개발능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봉제인형, 완구 등 일반 장난감을 개발하는 회사도 10여곳에 불과하고 첨단 장난감 개발사는 아예 손에 꼽을 정도다.
아직 첨단 장난감의 국내수요가 작아 투자위험성이 높고 개발회사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수준도 낮다. 특히 첨단기술을 장난감으로 상품화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큰 단점.
장난감업체 지나월드의 노영중(盧泳中) 사장은 “첨단 장난감 개발은 시작단계부터 세계 시장까지 고려해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도 정보통신 분야 등 경쟁력이 있는 첨단기술들을 장난감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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