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조엘 위트/´북한 핵보유´ 사실일까 엄포일까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44분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북한은 공세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올해 초 중앙정보국(CIA)이 발간한 비밀 정보 평가의 공개된 요약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정보기관들은 90년대 중반 북한이 1개 혹은 2개의 핵무기를 생산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사실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과장일 수 있다.

▼확증없이 추측만 무성▼

CIA 부국장인 존 맥래플린이 지난해 4월 텍사스 A&M 대학의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한 것을 고려해 보라. 그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아마도 1개 혹은 2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과는 차이가 있는 그의 발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94년 미국과 북한의 대치를 연구하는 미국 학자들의 연구를 확인하는 것이다.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과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관해 누구나 품고 있는 의문에 답변하려고 노력했다. 초기에 언론에 누설된 정보기관의 평가는 북한이 1개 혹은 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평가는 단순한 개연성 이상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당시 CIA 국장이었던 제임스 울시는 퇴임 후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했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며 “우리는 총구에서 연기가 나는 것처럼 분명한 증거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역사적인 기록들은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북한이 1960년대 초 이후 핵무기를 공세적으로 추구해 왔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김일성(金日成) 주석은 64년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에게 핵 개발에 관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94년 제네바 합의 무렵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90년대 말까지 수십기의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제네바 합의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을 막았지만 북한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핵무기에 대한 옵션을 계속 보유하려고 해 왔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옵션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생산하는 것인지, 혹은 공세적으로 연구를 계속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든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중요한 요점을 강조한다.

첫째, 우리는 북한에 관한 어떤 정보에 대해서도 건강한 회의(懷疑)를 가져야 한다. 북한에 관한 정보는 그것이 비밀이든 혹은 공개된 것이든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다.

98년 여름 언론은 미 정보기관이 북한의 금창리에서 비밀 핵 시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몇 달 뒤 미국이 현장에 조사단을 파견했을 때 그들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일부에선 북한이 미국 조사단 도착에 앞서 의혹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6월 발생한 한반도의 서해교전은 또 다른 예이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서해교전이 북한 군부의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사건 이후 오히려 동북아에서 새로운 화해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둘째,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모를까 실제로 변화가 없었다면 관료들은 좀 더 주의 깊게 처신해야 한다.

▼섣부른 말, 화해무드 깨▼

럼즈펠드 장관 발언 이후 미 행정부가 설명한 것을 보면 북한 핵에 관한 정보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제네바 합의로 인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종결됐다고 선언했을 때 미 공화당은 그를 강력히 비판했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발언은 과장된 측면이 있으므로 그 같은 비판은 일면 정당했다. 그러나 미 공화당은 이제 자신들이 설교한 바를 이행해야 하며 북한 핵무기처럼 중요한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라크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정보라는 것이 항상 흑과 백으로만 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사이에는 얼마든지 회색의 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의도는 물론 북한이 어느 정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는지에 관해 의문의 여지가 많은 한반도 상황에도 적용이 된다.

사려 깊지 않은 언급이나 과장은 아직도 취약한 한반도의 화해 프로세스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한반도의 화해는 미국과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조엘 위트 미국 전략국제센터(CSIS) 연구원·전 제네바 북-미협상 미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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