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박영관 특수1부장이 지난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을 수사하면서 “모 언론사(조선일보) 관련 자료를 주면 재산 해외도피 혐의를 잘 봐주겠다”며 ‘딜(거래)’을 하려고 했다는 최씨의 주장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박 부장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기다리면서 최씨와 차 한잔을 마신 것이 전부”라고 부인하면서도 “담당 검사가 언론사 관계자에 대해 최씨에게 물어봤을 수는 있다”고 한 발 빼고 있다. 담당 검사의 얘기는 또 다르다. 그는 “박 부장으로부터 조사 지시를 받았으나 최씨에게 언론사 관계자에 대해 물어봤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피의자를 강박해 제3자에 대한 수사 단서를 확보하는 약점 거래는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미국의 ‘플리바겐(유죄답변거래)’ 제도를 원용하곤 하지만 이는 원칙적으로 ‘형량거래’일 뿐 다른 사람에 대한 밀고를 강요하는 제도는 아니다.
더욱이 검찰이 최씨에게 요구한 것은 언론사 관련 자료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시 언론사 세무조사와 후속 수사가 모종의 사전 기획에 따라 이뤄진 것임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드러난 셈이다.
형사사법에 있어서 적법절차를 실체적 진실보다 신성시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편의주의에 의한 수사권 남용과 인권 유린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적법절차의 원칙이 가장 핵심적인 인권보장 장치로 간주되고 있는 이유다. 부당한 절차는 동기의 정당성마저 훼손한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동기마저 정당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후속 수사 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결코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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