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춘천, 가을 스케치

  • 입력 2002년 9월 26일 17시 27분


소양호 일대에서 즐기는 모터보트. 머리카락과 볼에 정신없이 덤벼드는 바람,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물보라의 상쾌함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춘천〓전영한기자
소양호 일대에서 즐기는 모터보트. 머리카락과 볼에 정신없이 덤벼드는 바람,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물보라의 상쾌함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춘천〓전영한기자
《서울 도심을 기점으로 자동차로도, 기차로도 2시간이면 닿는다. 여기는 춘천. 경기 양평에서 30여분만 더 가면 되지만, ‘강원도’라는 생각에 한결 ‘나들이 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2박3일이면 길 수도 있고, 1박2일이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춘천의 가을’을 다이내믹하게 즐겨보자. 강원도 도청 주위에 밀집해 있는 숙박업소에 우선 여장을 풀자. 1급호텔은 8만∼9만원, 장급 여관은 3만∼4만원 수준이다. (춘천관광안내 웹사이트: chuncheon.go.kr)》

●모터보트 타고 떠나라

오후 4시 전에 춘천에 도착했다면 서둘러 소양호로 가 보자. 춘천 도심에서 차로 20분, 택시 타면 요금이 1만원 정도 나온다. 시간이 있다면 소양댐 가는 국도변에 줄지어 있는 ‘포도농장’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하거나 과일쇼핑을 할 수도 있다.

산책길이 좋은 세종호텔 정원

소양호 표면은 빛의 반사 때문인지 격자무늬로 잔디를 가공한 월드컵구장처럼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물 위로 눈을 갖다대면 수심 1m 밑의 송사리도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절 청평사와 단풍으로 막 물드는 오봉산 등반을 하려면 소양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야한다. 나한봉 비로봉 등 5개의 골짜기로 이루어진 오봉산은 등반에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넓고 푸른 소양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바위와 계곡이 많아 사방에서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귀를 달래준다.

소양호 일대 20㎞를 둘러보는 일반유람선(편도 3000원), 54㎞를 빠르게 구경하고 오는 공기부양쾌속선(5000원), 소양호 반경 4∼16㎞를 돌아보는 모터보트(2만∼5만원)가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같은 도심탈출 분위기를 원한다면 모터보트(선착장·033-242-3799)가 적당하다. 스키장에서 슬로프를 내려올 때 귀를 때리는 바람처럼 큼직하게 느껴지는 물바람이 안면을 적신다. 운전사에게 요청하면 호수의 표면과 닿을락말락 배를 요리조리 기울여줘 아슬아슬한 쾌감도 느낄 수 있다. 배는 4인가족이 타기에 적당한 크기다.

●열심히 먹어라

´명가막국수´의 막국수와 감자부침

소양호 선착장 주위에는 번데기나 산더덕, 소라, 옥수수를 파는 곳이 많다. 선착장 들어서는 길목에는 7, 8개의 춘천향토음식 식당이 있는데, 주말이면 번호표까지 나눠줘야 할 만큼 손님이 몰리는 곳이 ‘명가막국수’(033-242-8443)와 ‘통나무집’(033-241-5999)이다.

명가막국수는 30년 전 오두막집으로 시작해 지금은 번듯하게 실내외를 개보수했다. 막국수(3500원) 편육(7000원) 감자부침 메밀전 도토리묵(이상 4000원)이 이 집의 메뉴 전부다.

메밀 감자 묵 등은 특유의 투박한 빛깔 때문에 첫인상은 맛깔스러워 보이지 않지만 이내 재료 자체의 고소하고 묵직한 맛이 혀를 자극한다. 담그는 단계에서 풀을 많이 먹이는 열무김치에 누런 빛의 동동주 한 잔을 곁들이면 “커어∼” 하는 추임새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통나무집은 닭갈비(8000∼1만2000원)가 전문이며, 입가심용 막국수(특 9000, 보통 7000원)도 같이 판다. 특별히 매콤하지도, 느끼하지도 않으면서 쫀득쫀득 씹히는 닭갈비 맛이 좋다. 빙어회 튀김, 감자무침도 판다.

매주 목요일은 휴무. 이 밖에 민물매운탕, 빙어회, 산천어회 등을 파는 도지골등나무횟집(033-242-2260), 메밀묵 냉채와 닭갈비를 파는 수구동 닭갈비(033-242-6878) 등이 가볼 만한 곳이다.

●녹음(錄音), 파열음(破裂音), 그리고 쾌감

춘천수렵장 내 클레이사격장

춘천 시내에서 화천방향으로 20㎞쯤 가면 강원도립 춘천수렵장(서면 오월리)이 있다. 가는 길에도 내내 창문 너머로 조그만 호수가 보이는데, 수렵장 안에도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만약 차에서 내려 수채화를 그린다면 도화지의 5분의 4 정도는 몽땅 녹색으로 색칠을 해야할 판이다. 진동하는 나무냄새가 콧속과 내장에 쌓이는 느낌이다. 수렵장 안의 ‘숲속의 집’(033-243-5340) 콘도에서는 숙박이 가능하다. 평형과 요일에 따라 1박에 2만∼12만원. 수렵장 안에는 2∼6㎞짜리 등산로가 있어 수렵에 관심이 없는 가족이라도 숲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등산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이곳에서는 ‘클레이 사격’도 즐겨볼 만하다. 사격장 입장료는 2000원. 사격 국가대표선수 출신의 조교가 친절히 사격법을 안내해 주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안전문제에 큰 걱정없이 도전해볼 수 있다. ‘뿌악’ 소리에 맞춰 귀가 멍멍해지고 어깨가 뒤로 젖혀지며 ‘피격용 접시(진흙으로 만든 표적물)’가 20등분이 나는 광경을 바라보면 숨겨져 있던 파괴본능을 실감할지도 모를 일이다.

춘천 세종호텔(033-252-1191)에서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2인의 클레이사격 강습과 실습, 춘천수렵장까지의 셔틀버스 서비스 등을 묶은 ‘클레이 사격 패키지’를 최근 선보였다. 2인 13만원. 아침에는 세종호텔 내에서 시작되는 봉의산 등산로를 한바퀴 돌거나 호텔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한림대 캠퍼스를 구경가는 것도 좋다.

춘천〓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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