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계 색시면 다 미인인가’라는 북한 속담도 있듯이 북한 여자 중에서도 강계 미인이 으뜸으로 여겨진다. 예로부터 늘씬한 키, 흰 살결, 검고 긴 머리가 강계 미인의 매력 포인트로 꼽혀 왔다고 한다. 평양도 색향으로 유명하다. 미술평론가 유홍준씨는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평양 미인은 혜원(蕙園)의 ‘미인도’를 연상케 하는 조용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썼다. 우리와 이웃한 중국과 러시아에도 미인은 북쪽지방에 많다는 ‘북녀(北女)’에 관한 속설이 있다. 다만 일본은 ‘아즈마오토코 교온나(東男京女)’라고 해서 동쪽지방 남자와 서쪽지방 여자의 결합을 이상적인 만남으로 여겨왔다.
▷꼭 외모 때문에만 남남북녀가 되고 동남서녀가 된 것 같지는 않다. 사회문화적인 이유도 배경에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말 북한 월간지 조선문학에 실린 ‘어찌하여 북쪽의 여인들이…’라는 시는 이상적인 여인의 조건으로 알뜰한 살림솜씨, 깊은 인정, 시원스러운 성미, 좋은 음식솜씨와 강인한 생활력 등을 들었다. 춘향(春香) 설화도 남과 북이 다르다. 남원의 춘향이는 한양에 가신 서방님을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갑산의 춘향이는 소식이 끊기자 홀로 한양으로 가 변심한 서방님 앞에서 분신자결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분방함, 활달함, 억척스러움 또한 ‘고구려 여인들’ 특유의 멋이 아닌가 싶다.
▷묘하게도 남한은 남초(男超), 북한은 여초(女超) 현상을 보이고 있어 성비(性比:여자 100명당 남자 수)에서도 남남북녀는 딱 들어맞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남한의 성비는 101.4인 반면 북한은 96.3이다. 남북이 통일되면 성비 불균형도 상당부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통일이 될 경우 남북한 남녀의 결혼은 서로간의 이질감을 신속히 완화하고 자연스럽게 사회통합을 촉진시키는 유력한 수단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남북녀만 아니라 남녀북남 커플도 많아질 것이다. 28일 부산에 도착하는 아시아경기대회 북한응원단 362명 중 300명이 미모의 여성이라기에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임채청 논설위원 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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