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여성탑건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24분


‘지아이(GI) 제인’은 여성장교의 활약상을 그린 미국영화다. 데미 무어가 주연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미 해군 정보국의 중위가 특수부대훈련을 받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남성들도 겪기 힘든 훈련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한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 지원해왔고 이들의 60%가 훈련과정에서 탈락하는 최고 정예부대지만 여성의 몸으로 끝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주인공은 남성 동료들보다 훨씬 앞서는 실력과 기량으로 이들을 압도했다. 그러고도 걸프전 참전을 원하는 그녀의 희망은 거부된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전투기 조종사 3명, 수송기 조종사 2명이 탄생했다. 남성조종사 후보들과 똑같은 혹독하고 엄격한 지옥 훈련코스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교육 때 이들을 만난 친지나 친구들은 영화 ‘GI 제인’얘기를 꺼내며 포기하지 말 것을 격려했다고 한다. 처음 조종과정에 뽑힌 여학생은 모두 12명이었지만 초 중 고등과정을 거치며 여러 사람이 탈락했다. 그만큼 신체조건과 기량이 뛰어나야하고 의지력도 강해야 했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년9개월. 조종사 양성비용은 1인당 11억원 정도가 들었다던가.

▷공군에 따르면 여성은 공간지각력과 환경적응능력이 초기에는 남성에 비해 다소 늦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별다른 차이가 없이 대등해진다고 한다. 오히려 남성에 비해 섬세하고 집중력이 뛰어나 그것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많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전투기 조종사가 된 한 여성은 하늘에 혼자 떠있을 때 눈 아래로 보이는 파란 바다와 작은 배, 그리고 예쁜 구름을 발견했을 때 감동이 치밀어 오르더라고 말했다. ‘대지는 우리에게 온갖 책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설파했던 조종사 출신 프랑스작가 생텍쥐페리의 비행예찬론을 연상시킨다.

▷여군하면 과거에는 간호장교나 사무실에 앉아 타자를 치는 모습을 상상했던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정규사관학교 출신 장교도 나왔고 전방부대 소대장도 나왔다. 이번에는 전투기 조종사까지 배출됐으니 ‘아무리 뛰어나도 여자는 안 된다’는 군에서의 남성우월주의는 빛이 바래게 됐다. 이번에 탄생한 여성 전투기 조종사들은 F5전투기를 이용해 전투능력을 기른 뒤 전투비행대대에 배치돼 조국의 영공을 지키게 된다. 이후 2년간의 전투비행임무 수행능력에 따라 F16 등 고성능기 탑승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은 한결같이 최우수 조종사인 탑건(Top Gun)이 될 때까지 더욱 실력을 갈고 닦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들에게도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