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스타 지경희(사진)가 돌아왔다. 2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비치발리볼 경기장. 95년 3월 현대에서 은퇴한 지경희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다.
“해변이라 그런지 바람이 불어 토스를 정확하게 하기 힘들더군요.”
지경희는 코트에서 느끼는 비치발리볼과 배구의 차이점을 말하며 연신 땀을 닦았다. 결혼 4년차, 은퇴한지 7년. 86년 슈퍼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뒤 현역시절 내내 불꽃같은 강타를 날리며 이름을 떨쳤던 그도 벌써 35세다. 그는 이 날 한일합섬 출신의 이미순(27)과 한 조가 되어 중국의 왕루-유웬후이조와 맞섰으나 0-2(13-21, 18-21)로 졌다.
“중국 선수들 키가 크고 팔이 길어 블로킹이 높았습니다.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그는 걸음마 단계인 국내비치발리볼의 발전을 위해 어렵게 출전했다. 선수층이 워낙 얇아 대표팀 구성이 어려워지자 배구협회관계자들이 비치발리볼대표선수를 맡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 지경희는 그동안 주변의 권유로 인해 간헐적으로 국내외 비치발리볼대회에 참가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대회대표팀은 두 달 전에야 구성돼 훈련시간이 길지 않았다. 더욱이 지경희-이미순조의 구성은 한 달전에야 확정됐다. 그러나 그 한달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이번대회에서는 “우리 수준 점검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 대표팀관계자의 설명.
“비치발리볼은 두 선수간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차이가 있더라도 당일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 격려하듯 곁에 있던 이미순을 툭 치며 웃었다. 주변에서는 지경희의 체력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는 “아직 체력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배구현역시절에는 한시절 코트를 풍미했던 그가 이제는 국내 비치발리볼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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