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특집]개그맨 이홍렬의 ‘나의 골프이야기’

  • 입력 2002년 9월 30일 16시 44분


‘안정적 114타.’ 개그맨 이홍렬(사진)씨가 말하는 자신의 골프 실력이다. 안정된 보기플레이도 아니고 안정된 80대도 아니고….

골프에 입문한지 4년째 114타를 치지만 부끄럽지 않다. 모두들 그와의 라운딩을 좋아한다. 빠른 경기 진행과 즐거움, 여유 덕분이다.

이씨는 걷기보다 뛴다. 다른 사람의 진행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구력이 3년이 넘다보니 이제 많이 뛰지 않아도 됩니다”라며 웃었다.

다른 사람이 2온을 시키고 그가 4온을 시켜도 그린에 도착하는 시간은 꼭 같다. 빠른 진행을 위해 연습 스윙도 안한다.

그의 4번 아이언은 유명하다. 고무줄 거리이기 때문이다. 100∼180m 거리를 모두 4번 아이언으로 해결한다.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4번 아이언으로 쳐왔기 때문이다.

이씨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45세이던 99년. 그 때까지 주변에서 골프를 권할 때마다 “내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다”며 사양했다.

그는 “45세가 골프를 시작하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주변에서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사람도 없어 적당한 나이인 것 같아요.”

후배 개그맨들이 이씨의 골프 실력에 대해 프로급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한 연예계 후배는 “이홍렬씨의 입방아(플레이 중 농담)는 싱글”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자주 쓰는 입방아는 격려다. 동료가 퍼팅할 때 “꼭 넣어야해, 넣어야 버디야, 꼭넣을 수 있지”라고 애절하게 격려한다. 그는 “동반자의 스코어를 10타 정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입심을 설명했다.

그의 입심을 동반자들은 즐긴다. 개그보다 더 재미있다는 사람들도 많다. 타수를 줄이는 데 집착하지 않는 것도 동반자에게 여유를 준다.

이씨도 목표가 있다. 100타를 깨는 것이다. 동반자의 타수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스코어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즐기는 마음과 여유는 이미 싱글인데.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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