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원더풀 취화선…美흥행 걱정없다”뉴욕영화제 성황

뉴욕영화제가 열리는 링컨센터 앞에 선 임권택 감독.뉴욕〓홍권희 특파원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林權澤)감독이 뉴욕영화제(9월27∼10월13일)에서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황금시간대인 토요일(9월28일) 오후6시 뉴욕 링컨센터 앨리스툴리홀에서 열린 ‘취화선’ 시사회에서 수백명의 관객들은 장승업(최민식)이 그려내는 한국의 미에 빠져들었다. 117분간의 19세기 한국 여행에서 돌아온 관객들 앞에 임감독이 인사를 하자 기립박수가 터졌다.

예술영화를 수입 배급하는 키노인터내셔널의 도널드 크림 사장은 “‘취화선’은 미국 주요 도시에서 내년 2월 개봉할 예정이며 영화제의 반응으로 미루어 흥행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 영화배급사 빠떼도 ‘취화선’을 수입해 11월27일부터 프랑스의 100여개 도시에서 상영한다.

시사회 직후 ‘관객과의 대화’에선 장승업에 대한 호기심어린 질문들이 이어졌다. ‘왜 장승업을 영화로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임감독은 “작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불꽃처럼 살다간 화가를 통해 한국화를 영상으로 그려보려 했다”며 “떠돌아다니고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장승업과 나는 비슷한 면이 많아 영화로 만들기 쉬웠다”고 설명하자 관객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27일 영화제 리셉션에선 뉴욕의 영화잡지 편집진, 영화평론가, 영화관련 교수들이 임감독을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 이들이 임감독에게 가장 자주 쓴 말은 “원더풀(Wonderful·멋지다)”과 “퍼펙트(Perfect·완벽하다)”였다.

미주지역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뉴욕영화제는 칸 영화제 등과 달리 비경쟁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300여편중 25편만 엄선 초청해 시사회를 갖는다.

올해 한국에서는 ‘취화선’과 함께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도 초청됐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외에 중국 2편과 이란 1편만 초청됐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장호 감독)와 ‘춘향뎐’(임권택 감독) 등 2편이 초청된데 비하면 한국 영화에 대한 평가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특히 6명의 뉴욕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칸 영화제 때 ‘취화선’을 보고 현장에서 만장일치로 초청작으로 결정했다. 칸 영화제 때 ‘취화선’에 인색했던 뉴욕타임스도 “아름답고 완벽한 구도의 자연 이미지로 가득 찬 영화에서 임감독 고유의 심미적 지휘가 드러난다”고 호평했다.

시사회에 앞서 기자와 만난 임감독은 “한국 영화 제작자들이 미주 시장을 뚫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감독은 이달중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영화제에 잇따라 참석한다.

그는 “요즘은 영화에 투자하겠다는 돈도 많고 제대로 공부한 젊은이도 많아 1960년대를 능가하는 한국 영화의 황금기”라며 “그러나 영화 사랑보다 일확천금을 노렸던 투기 자본은 영화계를 빠져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