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3일 나란히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유도대표팀 남자 66kg급의 기대주 김형주(27·한국마사회)와 여자 52kg급의 이은희(24·성동구청)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두 선수가 처음 만난 것은 98년 월드컵 단체전 출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 나란히 입촌했을 때. 함께 운동하는 많은 동료들중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유난히 많은 호감을 느꼈고 4년 가까이 정을 키워온 끝에 최근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며 장래를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같은 종목에서 그것도 체급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두 사람의 교제는 어려움도 많았다.
사랑에 눈이 멀어 운동을 게을리 한다는 비난을 들을까봐 두 선수는 한동안 교제사실을 비밀에 부쳐야 했다. 함께 매트를 뒹굴면서도 따뜻한 위로의 말도 한번 제대로 건내지 못했고 가끔 눈인사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해야 했다.
김형주가 한때 슬럼프에 빠져 운동을 그만두고 고향인 전주로 내려가버렸을 때도 위기였다. 하지만 김형주의 성실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이은희의 믿음과 격려속에 김형주는 1년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때마침 57kg급으로 활약하던 이은희도 57kg급에서 52kg급으로 체급을 낮추는 바람에 주요 국제대회에서 김형주와 같은 날 경기를 하게 된 것도 두 선수에겐 큰 축복이었다. 함께 시합을 준비하며 경기전날까지의 엄청난 긴장과 중압감을 덜 수 있었고 이런 정신적 안정은 성적과 직결됐다.
2001년 1월 마사회에 입단하며 운동을 다시 시작한 김형주는 2001독일오픈 우승에 이어 2001뮌헨세계선수권 동메달, 2002헝가리오픈 우승으로 66kg급의 한국대표선수로 발돋움했다.
체급을 낮춘 이은희도 날개를 달아 2001동아시아대회 동메달을 시작으로 2001코리아오픈 우승,2002독일오픈 은메달에 이어 올 초 헝가리오픈 우승으로 태극마크를 굳혔다. 이은희가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를 꺾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김형주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한다는 ‘사랑의 힘’이 크다.
유도경기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 30일에도 함께 매트를 뒹굴며 연습에 여념이 없는 두 선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알게 된 만큼 이번 아시아대회에서 동반 우승하고 싶다”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함께 출전해 동반 우승한뒤 결혼하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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