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목요기도회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고문에 의해 조작됐다는 사실을 폭로해 강제 추방됐던 미국인 조지 오글 목사(73).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을 인정받아 한국인권문제연구소가 주는 제5회 한국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글 목사는 30일 열린 시상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세한 내막은 당시 매주 열리던 목요기도회 모임에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의 부인들이 참석해 알게 됐습니다. 부인들이 나보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아무 도움도 줄 수 없었습니다. 대신 목요기도회를 통해 부인들의 남편을 위해 기도하면서 고문에 의해 희생당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의 얘기를 전했습니다.”
오글 목사는 목요기도회에서 한 발언 때문에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다 그 해 12월 강제 추방됐다.
“남산(중앙정보부)에서 17시간 동안 심문을 받았는데 그들은 ‘내가 공산주의자이며 내가 공산주의자를 위해 기도했다’고 자백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응하지 않자 ‘그들이 공산당이라는 것을 모르고 기도를 했다’라고 조서에 서명만 하라고 했지만 그것도 끝내 거부했어요. 그러자 서울대에 객원교수로 초빙돼 노사관계에 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선교사 신분으로 강의를 한 게 비자법 위반이라고 트집을 잡아 강제로 추방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유신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따가운 여론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오글 목사는 미국으로 추방된 뒤에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의회 청문회에 나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진상에 관해 증언했고 미국 전역을 돌며 한국의 인권 실태를 알렸다.
미국 듀크대 신학대를 졸업하고 54년부터 한국에서 미 연합감리교 선교사로 활동한 오글 목사는 60년부터 인천 도시산업선교회를 이끌면서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애썼다.
자신의 이름을 ‘오명걸’, 부인인 도로시 여사(67)의 이름을 ‘오선화’로 지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강한 오글 목사는 인혁당 사건 등을 소재로 ‘20세기 한국의 이야기’(How Long, O Lord-Stories of Twentieth Century Korea)라는 역사소설을 최근 출간하기도 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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