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적배당 금융상품의 투자 손실을 메워주는 나쁜 선례는 외환위기 직후인 한남투신 사태 때 처음 생겼다. 원리금 보장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집단 항의가 거세지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원금 보장을 요구했고 금융감독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탁상품은 운용실적에 따라 배당한다’는 원칙을 깼다. 그러나 일이 잘못되면 정작 책임이 큰 정치권은 뒤로 숨어버린다.
재정경제부와 금감위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펀드 손실을 공적자금 투입으로 막아준 조치도 대우그룹 부도를 막기 위해 투신사 등 금융기관을 끌어들였던 원죄 때문이었다. 투신사의 부실을 털어 내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이 3조5000억원에 가깝다니 ‘공적자금은 임자 없는 돈’이라는 인식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실책을 저질러 놓고서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는 뭔가 잘못돼 있다. 감사원은 해당 공무원들에게 ‘주의’ ‘통보’ 등 가벼운 징계로 오히려 면죄부를 주어버린 느낌이다.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수조원씩 낭비한 공무원들에게 형사처벌까지는 어렵더라도 과오에 합당한 징계를 내렸어야 한다.
공적자금을 방만하게 집행한 관계부처들이 제 발이 저린지 국회 공자금 특위에 제출한 자료는 전체 요구 건수의 10%에 미치지 못한다. 조사에 반드시 필요한 증인 채택도 순조롭지 않다고 한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한 비리와 정책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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