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그룹 내부거래 조사 착수 계획 재계 대선자금줄 통제 의도"

  • 입력 2002년 10월 1일 06시 39분


공정거래위원회가 7월에 시작한 삼성 LG SK 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6대 그룹 조사는 단순한 공시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조사가 아니라 사전에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상당수 파악한 가운데 실시한 기획조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또 조사 착수 전에 ‘상당수 혐의를 사전 파악’하고서도 7월 말부터 10일간으로 잡았던 서면조사기간을 2개월 이상 연장하는 등 조사를 지연시키고 있어 사실상 연말 대선 때까지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이번 조사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재계 자금줄을 ‘통제’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6대그룹 현장조사' 애초부터 기획

국회 정무위 소속 이성헌(李性憲·한나라당) 의원은 30일 “이번 조사는 서면조사 차원이라는 공정위의 해명과 달리 조사를 시작한 7월에 이미 대기업별로 5∼10개 기업을 대상으로 2개월 간 현장조사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장 조사에 조사국 요원 34명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이날 공개한 보고서는 공정위 조사기획과가 작성한 것으로 첫 머리에 “내부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상당수 파악했다”고 적시돼 있다.

보고서는 또 △7월 22일∼8월 3일 서면 조사 △8월 5∼14일 결과분석 및 현장조사대상 선정 △8월 중순∼10월 중순 현장 조사 △10월 중 결과 종합보고 △11월 초 조사결과에 대한 위원회 심의 등의 일정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 보고서는 공정위가 단순히 공시 이행 실태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치밀한 사전 기획 아래 조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며 “10월 초부터 현장조사를 시작한다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12월 19일까지 공정위 조사요원이 대기업에 상주하며 장부를 뒤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조학국(趙學國) 사무처장은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으며 현재로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도 없다”며 “이번 조사는 과거 부당 내부거래 조사와 달리 단순한 공시이행 실태 조사에 그친다는 사실을 거듭 밝힌다”고 해명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