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든든한 자금줄 노릇을 해왔던 뮤추얼펀드의 이탈 규모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달러 버블’의 조기 폭발과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증시의 영원한 봉, 뮤추얼펀드 발길 돌리나〓올 여름 미 증시를 떠난 뮤추얼펀드 자금(순유출)은 주식형만 따져봐도 730억달러. 이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 펀드로 옮겨가고 있다. 올 들어 5월말까지 뮤추얼펀드 자산규모가 줄어든 비율은 2.1%로 90년 걸프전 시기(1%)나 98년 러시아 금융위기(0.3%)를 능가하고 87년 블랙먼데이 때(3%)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미국에서 뮤추얼펀드는 덩치도 크거니와 가장 우직하게 증시를 지탱해온 세력이었다. 나스닥이 반토막 난 뒤에도 2000년, 2001년에 각각 2600억달러, 540억달러씩 자금을 쏟아부어준 게 바로 뮤추얼펀드였다. 재미난 것은 장세 대응 측면에서 개인, 외국인, 일반법인 등보다 뮤추얼펀드가 멍청하게 움직였다는 점.
뮤추얼펀드는 상당부분 퇴직 이후를 대비한 투자자금이기 때문에 웬만한 주가 부침에는 흔들리지 않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토록 굼뜬 뮤추얼펀드조차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것은 미 증시 장기전망이 그만큼 어둡다는 뜻이다.
▽달러 버블, 언제까지 커질까〓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최근 “세계 경제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달러 버블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은 1995년 이후 세계 GDP 성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두 배에 가깝다. 세계 경제가 점점 더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얘기다. 즉, 미국 소비자가 소비를 늘려 물건을 사줘야만 나머지 나라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과 유럽 경제가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이런 불균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 그 후유증은 미국의 막대한 국제수지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천문학적인 국제수지 적자를 떠 안고 있다. 올 3·4분기(7∼9월)만 해도 1300억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균형 구조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조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미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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