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허재-이명훈 개천절 데이트

  • 입력 2002년 10월 1일 18시 16분


‘호형호제’하던 남과 북의 농구 천재가 9년 만에 뜻깊은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프로농구 TG엑써스의 ‘농구 9단’ 허재(37·1m88)와 북한의 세계 최장신 선수 이명훈(33·2m35)이 3일 재회한다. 허재는 이날 오후 3시 금정체육관에서 열리는 남자농구 남북 대결에서 앞서 이명훈과 만난 뒤 이 경기 TV해설도 한다. 이를 위해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임시 ID카드를 발급해 주겠다는 허락도 이미 받았다.

허재는 이명훈에게 우정의 표시로 행운의 열쇠와 375㎜나 되는 농구화를 전달한다. 또 이명훈의 아내를 위해 팔찌도 선물할 생각이다. 당초 농구단의 모기업인 TG의 노트북PC를 선물하려고 했으나 486이상급 컴퓨터가 대북 반출 금지 품목이어서 계획을 바꿨다.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연고지 원주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허재는 “보고 싶던 사람을 다시 보게 돼 가슴이 설렌다”면서 “첫마디를 뭐라 꺼내야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번 대회에서 이명훈이 뛰는 모습을 TV로 봤다는 그는 “명훈이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는 것 같다”며 “예전보다 위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명훈 역시 허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인바 있다. 지난달 29일 아랍에미리트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는 “남한 대표일 때 국제대회에서 만났던 허재가 아직도 뛰느냐”며 “그가 만나고 싶어한다면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허재와 이명훈은 90아시아경기대회와 93아시아선수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마주치면서 “명훈아” “형”이라고 부를 만큼 친해졌다. 허재와 이명훈은 93년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경기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 당시 남북대결에서 허재가 이끈 한국이 이명훈을 앞세운 북한에게 77-68로 이겼다. 당시 허재는 용산고 동기인 이민형(삼성 코치)과 마련한 술자리에 이명훈을 불러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명훈은 대표팀 간판 가드 출신의 강동희(LG)와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유명하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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