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누가 뭐라고 떠들어도 필요한 것이면 꼭 배우고 가르친다는 ‘마이 웨이’식 교육법이다. 이들에게 한자 조기교육이 안 좋은 이유를 길게 열거해 보았자 돌아오는 대답은 북한 여성응원단원들이 자주 쓰는 ‘일 없습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사회의 변화속도가 워낙 빨라 교육정책이 바뀌기를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을 키워내는 교육에서 시장논리는 경계 대상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시대에 교육소비자들이 ‘미래 효용가치’라는 시장을 의식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한자교육 문제만 해도 정부의 오락가락 한자정책으로 수많은 ‘한자 문맹’이 양산됐다. 요즘 중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은 한자를 몰라 꽤 애를 먹는 모양이다. 부모 자식간 대화에서도 자녀들이 한자를 몰라 생기는 세대간 단절이 적지 않다. 지하철 2호선 교대(敎大)역을 차를 바꿔타는 교대(交代)역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니까. 우리말은 70%가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를 알면 우리말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여러모로 쓸모있는 한자를 어느날 헌신짝 버리듯 퇴출시킨 것은 잘못된 극단의 정책이었다.
▷한자를 생활화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도 한자 때문에 겪는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다. 컴퓨터 작업에서 한자로 글을 쓰는 것은 스피드나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다. 중국과 일본이 정보화에 뒤진 이유도 한자의 비효율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한자교육론은 한자를 다시 쓰자는 게 아니라 우리말을 알기 위한 도구로서 배우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어차피 ‘컴퓨터 세상’에서 불편한 것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게 마련이다. 정작 걱정인 것은 공교육이 사교육에 주도권을 빼앗긴 현 상황이다. 연말 대통령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서로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당선 이후 이 같은 ‘고질병’을 고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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