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은숙/고교 제2외국어 자율선택을

  • 입력 2002년 10월 1일 18시 35분


한중수교 10주년을 맞아 한국어는 중국 내에서 영어 일어 러시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다음 가는 여섯 번째 외국어로 부상했다. 한국문화원의 한국어 강의가 만원을 이루고 있어 그동안 200만 조선족의 소수민족 언어에 그쳤던 한국어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중국어 위상 변화는 더욱 폭발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어 교사는 부족하고 프랑스어 독어 교사는 남아도는 등 고교 제2외국어 교사 수급에 큰 혼란이 오고 있다. 이는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맞춰가는 교육행정의 유연성과 탄력적인 교사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교 제2외국어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교육행정자나 교육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모자라는 중국어 교사들은 이미 중국이나 한국에서 고급 중국어 교육을 받은 수많은 인재들이 있고, 한국에서 중국어과를 졸업한 수많은 전공자들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정식 자격을 갖춘 교육자들의 수업보다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원치 않는 다른 외국어를 공부하며 개인적으로 인생을 낭비하고, 국가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탄력성없는 교육 행정 때문에 학생들이 원치 않는 제2외국어를 공부하도록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이은숙 베이징외국어대학 한국어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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