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수 지명자 인사청문회]＂가족 해외여행 5년간 77차례＂

입력 2002년 10월 1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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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석수 국무총리지명자는 처음에는 여유있는 모습이었으나 갈수록 표정이 경직됐다. - 안철민기자

▼재산관련 의혹▼

1일 열린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지명자의 변호사 수임료 축소 신고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들은 또 김 지명자의 평소 씀씀이 정도로 볼 때 재산 신고 내용에도 누락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지명자는 “신고를 누락한 것이 전혀 없으며, 정 믿어주지 않는다면 세무 당국에 의뢰해 조사를 받을 의사가 없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 의원은 “‘사건 30건의 수임료가 2억8700만원’이라고 신고한 것을 역산하면 건당 평균수임료는 96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며 “이 경우 김 지명자의 최근 5년간 수임료 총액은 29억7500만원으로 국세청 신고액보다 10억여원이나 많다”고 주장했다.

김 지명자가 이를 부인하자 정 의원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것이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김 지명자는 예외란 말이냐”고 따졌고 김 지명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승철(李承哲) 의원도 “일반 변호사의 평균 수임료가 400만∼500만원이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건당 1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수임료 축소 신고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이에 김 지명자는 “나는 돈을 달라는 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김 지명자는 이어 “사건별 수임료를 세무서에 다 신고했는데, 그것을 평균적으로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그런 자료를 주지 않기 때문에 평균 수임료로 계산했다. 그것도 최저액을 기준으로 추산했다”고 맞섰다.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사전 서면 질의에서 “수임료 축소 신고액에 필요경비를 과다 계상한 것을 포함하면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금액은 최소 2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또 청문회에서 “김 지명자의 가족 6명의 생활비가 월 약 1000만원에 달해 최근 5년여간 총 7억∼8억원이 되고, 이 기간 가족의 해외여행 횟수도 무려 77회에 달해 그 비용도 약 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돈의 출처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지명자는 이에 대해 “해외여행은 공적으로 간 것도 많아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고, 변호사 수임료를 누락하거나 재산 내용 신고에서 소득액을 빠뜨린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변호사 수임료 내용에 대한 구체적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편법증여 의혹▼

김석수 총리지명자가 자식들에게 거액의 생활비와 용돈을 주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은 데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자민련 송광호(宋光浩) 의원은 “김 지명자가 대법관직에서 물러난 뒤 장남은 1억원 이상, 차남 부부는 5년여 만에 3억2000만원을 모았다”며 편법 증여 및 증여세 미납 여부를 캐물었다. 한나라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10년 이내의 증여금액이 3000만원이 넘으면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제대로 냈느냐”고 지적했다.

김 지명자는 “외환위기 후 실직한 차남에게 매월 100만∼150만원의 용돈을 주었으며, 차남의 예금액 중 일부는 내가 준 돈”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또 “세무사를 시켜 아들에게 준 돈을 확인해 보니 4000만원 정도 된다”면서도 “증여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으면 증여세를 내겠지만 억울하다”고 말했다. 직업이 없는 두 아들에게 생활비를 보조해 준 것까지 증여로 간주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직업이나 수입이 없는 사람이 거액의 재산을 갖고 있다면 부모의 증여로 봐야 한다’는 김 지명자의 대법관 시절 증여세 관련 판결 내용을 제시하자 김 지명자는 “총리 인준에 통과하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정당히 신고하겠다”고 대답했다.김 지명자는 장남의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서는 “86년 발병한 ‘중추신경 퇴행성변화’라는 질병으로 병역이 면제됐으며 지금까지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삼성전자 실권주▼

청문위원들은 김석수(金碩洙) 총리지명자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장 시절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아 실권주를 인수한 데 대한 도덕성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위원들은 삼성전자가 당시 사외이사들에게 실권주를 주면서 은행 대출까지 주선해 줘 김 지명자가 현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실권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주당 원유철(元裕哲) 의원은 “삼성전자 실권주 500주를 받은 것은 상법위반뿐 아니라 도덕성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자민련 송광호(宋光浩) 의원은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실권주를 받고 대형아파트인 ‘타워팰리스’까지 분양받고서도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의 정신에 따라 살아왔다는 말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직자였던 김 지명자가 민간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은 것 자체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심규철(沈揆喆) 의원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36번 참석해서도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회사와 유착됐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김학송(金鶴松) 의원은 “실권주 매각차익인 1억1350만원을 이번 기회에 수재민에게 희사할 뜻이 없느냐”고 이색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자 김 지명자는 “인생의 정리단계가 되면 모든 재산을 어떻게든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위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김 지명자는 “(실권주를) 가벼운 마음으로 받았다. 앞으로 사외이사가 된다면 실권주를 절대 안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실권주를 받은 것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실권주를 사들여 부당 이득을 볼 생각은 없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석수 총리지명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해명
의혹 및 쟁점	김 지명자 해명
변호사 생활 6년간 가족재산 16억원 급증한 것은 수임료를 축소신고하거나 누락한 것 아닌가	97년 개업 이후 311건 수임.평균신고액보다 2배 가깝게 성실신고했다.
소득없는 부인, 장남과 99년 실직한 차남 차녀 재산증가는 증여세 탈루 아닌가	일부는 직접 도와줬고, 집안 친척과 친가에서도 지원했다. 차녀는 의사로 소득 올렸다.
99년 실권주 500주 배정 당시 의결참여한 것은 상법 위반 가능성	3차배정이어서 관행으로 해 온 것이다. 1억1000만원 시세차익 얻은 것은 시인
도곡동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주상복합 건물로 분양 미달된 것이었다.
장남 85년 현역입영대상, 88년에 면제. 그후 미국서 정상활동해 병역 기피의혹	현역입영 판정 후 건강이 악화돼 면제됐다. 진단서 및 진료기록을 갖고 있다.
장남, 미국 주유소 운영사실을 신고안한 것은 고의 누락 및 증여세 회피 의혹	주유소 및 편의점의 영업권을 얻은 것으로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다.
하동군 선산을 상속아닌 매매로 신고한 것은 상속세를 탈루하기 위한 의혹이 있다	당시 특별조치법에 따라 매매로 신고했고, 10필지가격이 16만원이어서 상속세과세대상(55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