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금의환향일까. 우리에게 추성훈(27)으로 너무나 익숙한 일본 남자 유도 81㎏급 대표 아키야마 요시히로는 1일 구덕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오랜 라이벌인 안동진을 꺾고 우승한 뒤 사이토 히토시 감독을 끌어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오직 유도를 위해 1년 전 국적까지 포기한 그였다. 고국에서 딴 금메달이 기쁘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그가 눈물을 쏟은 더 큰 이유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겪은 마음고생이 한꺼번에 북받쳐 오른 때문이었다.
눈물을 멈춘 추성훈에게 귀화한 이유를 물었더니 “유도를 위해 했다”는 단 한마디 외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귀화를 둘러싼 더 이상의 질문을 듣지 않겠다는 듯 단호했다.
비록 결승에서 홈그라운드의 안동진을 만났지만 추성훈은 경기 중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누구도 유효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바람에 승부는 판정으로 이어졌다.
숨막히는 순간이 지나고 두 명의 심판이 추성훈의 손을 들었을 때 처음엔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야유는 곧 우승을 축하하는 열렬한 박수로 바뀌었다.
추성훈의 이날 금메달은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국제대회 7연속 금메달. 가장 심적 부담이 컸다는 이번 대회의 우승으로 그는 사실상 이 체급의 세계 최강이자 무적임을 과시한 것이다.
사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추성훈의 몸상태는 최악이었다. 예선 경기 직전 추성훈을 만났을 때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추성훈은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2회전을 허벅다리걸기 한판으로, 준결승을 우세승으로 통과했다.
한국남자유도대표팀의 윤용발 코치는 “지난해 한국에서 대표 2진으로 선발됐을 때 이미 추성훈의 기량은 정상급이었다”며 “1년 사이에 기량이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추성훈은 한국과 일본 기자들이 참석한 인터뷰장에서 당당한 목소리로 “유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가까워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힘이 된다면 유도를 한 보람을 찾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유도장에는 일본에서 살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부모와 부산정보대에 유학 중인 여동생 정화씨 등 일가족이 경기장을 찾아 추성훈을 응원했다.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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