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北스타]아! 계순희…예상치 못한 中복병 만나 금메달 꿈 물거품

  • 입력 2002년 10월 2일 17시 47분


북한의 ‘인민영웅’ 계순희(22)가 졌다.

2일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유도경기가 사흘째 열린 구덕체육관 앞 매표소에는 오전에 일찌감치 ‘완전매진’이란 안내문이 내걸렸다. 매진 사실을 모른 채 체육관을 찾았던 시민들은 입석표라도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모았을까. 바로 이날 여자 52㎏급에서 경기를 가진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22)다. 1회전을 완벽한 한판승으로 장식한 계순희는 2회전에서 만난 뜻밖의 상대에 방심하다 허를 찔렸다.

지난해 베이징유니버시아드 우승 기록이 국제 경력의 전부였던 중국의 시안동메이는 제대로 잡히면 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초반부터 ‘지공작전’을 펼쳤다. 시안동메이는 경기종료 2분여를 남기고 계순희가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 순간 기습적인 업어치기를 시도했고 홍콩 출신 주심은 즉시 효과를 선언했다. 다행히 한국과 이란 부심이 무효를 선언한 덕분에 포인트를 허용하는 데 그쳤지만 계순희가 심리적으로 쫓기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

계순희 8강전 패배 화보모음

시안동메이는 힘에서도 ‘천하장사’ 계순희와 막상막하였다. 계순희는 종료 39초를 남기고 들어메치기를 시도했지만 주심의 ‘그쳐’ 선언으로 무산됐고 결국 운명을 판정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주심과 이란계 부심이 시안동메이의 업어치기를 유일한 포인트로 인정하는 바람에 1 대 2 판정패.

나이 열여섯살에 출전한 96애틀랜타올림픽(48㎏급)에서 일본의 유도 여왕 다무라 료코를 누르고 우승한 데 이어 체급을 올린 2001세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등극, ‘인민영웅’의 칭호를 받은 계순희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계순희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만족했다.

수줍음을 머금은 미소에 항상 친절한 태도로 ‘계순희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한국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계순희. 그러기에 그의 뜻밖의 패배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계순희는 시상식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어깨가 빠져 최근 3개월 동안 운동을 전혀 못했다.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말했하며 밀려드는 사인 요청에 일일이 자신의 이름과 ‘감사합니다’ ‘조국통일’을 적어주었다. 지긴 했지만 계순희는 역시 스타다웠다.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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